2021년 내 마음대로 올해의 책

올해 총 읽은 책의 수는 265권이고, 대략 110권 정도를 중도 하차했다. <위쳐>와 같이 여러 권으로 된 시리즈물 책까지 포함하면 권수로는 더 많을 듯 하다. 각 별점별 분포도는 아래와 같다.

  • ★★★★★: 44권
  • ★★★★✩: 78권
  • ★★★✩✩: 104권
  • ★★✩✩✩: 27권
  • ★✩✩✩✩: 2권

각 분기별로 정리한 책별 리뷰이다:

아래는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각 분야별로 꼽은 베스트 책들이다. 각 책에 대한 평가는 이전에 적은 글을 그대로 복붙했다.

소설 분야

신들의 봉우리

“왜 에베레스트를 오릅니까?” 란 질문에 “거기 산이 있으니까”란 대답을 남기고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에 나섰다가 실종된 것으로 유명한 조지 멜러리 경의 카메라가 발견되면서 책이 시작된다. 산악계의 영원한 떡밥인 조지 멜러리의 에베레스트 등정 여부를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로 차용한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산에 얽힌 산 사나이들의 이야기와 미스터리를 엄청난 필력으로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다. 하부 조지와 같은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인물들간의 관계, 왜 산악인이 초등에 목숨을 거는가, 산을 오르는 이유, 디테일한 등반 과정의 묘사 등 걸작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등산 다큐나 영화 혹은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과학 분야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빌 게이츠 형님도 추천한 책. 수면이 기억 보존과 건강, 그리고 치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REM 수면과 Non-REM 수면이 가지는 기능에 대한 챕터도 무척 도움이 되는 파트였는데, 수면이 왜 장기 기억과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를 실제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단점은 번역인데, 문장이 길다. 더 짧게 잘라서 번역했었어야 했다. 추천 !!

기술 분야

Designing Data-Intensive Applications

별 5점도 부족한 책. 의심할 바 없는 최고의 분산 시스템 개론서이다. LSM-Tree 기반 스토리지부터 컨센서스, 최근의 배칭 시스템, 스트리밍 시스템, 그리고 마이크로 서비스까지, 분산 데이터 시스템의 주요 토픽들과 왜 해당 기술들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무척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백엔드 시스템 개발자가 아니어도 컴퓨터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대학원 시절에 읽었더라면 졸업이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회사에서 약 3개월간에 걸쳐서 이 책을 바탕으로 직장 동료들과 북클럽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무척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강추!!

경영 분야

더 골

생산 관리 혹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 <The Phoenix Project>에 영감을 준 바로 그 책으로, 저자의 Theory of Constraint (TOC) 를 소설 형태로 재미있게 잘 풀어내고 있다. 재고 최소화, 의존성 경로, 일회 작업량(batch size) 줄이기, 병목 작업의 개선 등 복잡해보이는 생산 관리의 문제를 직관적인 설명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무척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LG와 같은 큰 기업에서도 이를 도입해서 커다란 효율성 향상을 거두었다고 알고 있다.

책의 중요한 몇 가지 메시지가 있다. 첫째는 생산성이 부분 효율성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즉 모든 공정에서 일꾼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공장은 최적의 상태가 아니며, 오히려 최악의 상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생산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산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현금 창출률, 재고, 운영비”이다. 저자는 이중에서 재고를 현금 흐름의 관점에서 정의한다. 즉 생산되어 출하를 기다리는 제품의 수량이 아니라, “판매하려는 물품을 만드는 데 투자한 총액”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둘째는, 전체 생산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이른바 가장 느린 공정이다. 이른바 병목 현상(bottleneck)이, 바로 시스템 전체의 생산량을 좌우하는 제한 요소(constraint)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병목 공정을 지속적으로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 생산성을 향상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다른 공정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재고를 늘리게 된다.

책의 다른 핵심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 이른바 “부가가치”는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빼야 한다. 즉 절반 정도 완성된 제품은 원재료보다 더 가치있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 기존의 원가 계산 방식은 현금 창출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 현금 창출률은 시스템 내부로 들어오는 돈이고, 재고는 시스템 내부에 잠겨 있는 돈이며, 운영비는 현금 창출률을 높이기 위해 나가는 돈이다. 즉 현금 창출률은 공장 수입에 관련된 돈이고, 재고는 내부에 쌓여 있는 돈이다.
  • 공장 전체는 적정 가격과 적정 조건 아래서 판매될 수 있는 하나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즉 투자는 재고와 같다.
  •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에 정확히 조정된 경우, 그러니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확하게 조정된 경우에는 현금 창출률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재고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게 되면, 재고량이 증가해 운영비에 속하는 재고의 물류비도 늘게 된다.
  • 즉, 생산 속도가 시장 수요보다 약간 느린 것이 좋다. 생산 속도와 시장 수요가 동등하게 유지된다면 시장 수요가 감소할 경우, 결국 생산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 병목 자원에서 생산자원의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 원칙이다.

책의 말미에 있는 역자의 해설 부분도 잘 쓰여진 부분이다. TOC를 실제 현장에 적용시켜나갈 때의 어려움들을 저자의 경험으로 잘 녹여내고 있으며, 실제 재고 관리에서는 재고량보다는 “시간”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관리하게 된다는 점이 의외로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이하 잡설.

  •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가? 그렇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The Phoenix Project>를 읽어보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회사에서 backlog가 쌓여가는 내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부분들이 많다. 회사 운영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 프로젝트 launching에 대한 보상으로 승진시키는 것이 과연 회사에 있어서 장점일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기술 부채가 대표적이다. 일을 할 때, 승진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에 집중하게 되지, 남이 남기고 간 tech debt는 잘 건드리지 않게 된다. CEO가 단기적인 수익에 집착해서 장기적인 연구 개발을 등한시하기 쉬운 것과 비슷한 원리이고, owner-agent 문제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인사 관리 측면에서 해법은 무엇일까? 남아 있는 bug 수를 바탕으로 측정해야 하나? unwritten test는 어떻게 잡아내야 하나? 재고 관리 측면에서 기술 부채 혹은 backlog 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일회 작업량을 줄이는 것은 context switching 코스트를 높이게 되는데, 그래도 되나? 그 trade-off 지점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지속적으로 constraint를 찾고 이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

경제 분야

위기의 징조들

2008년 금융 위기의 해결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3인방,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가 쓴 책으로, 일종의 post-mortem (회고)이다. 직접 저술한 책이어서 그런지 무척 훌륭하다. 왜 발생했는가에 대한 원인부터, 왜 E-coli 효과로 인해 급속도로 공포 심리가 확산되었는지, 왜 레만 브라더스가 망했고, 사실 “선별적 구제와 퇴출”를 한 것이 아니라 사실 못 구제한 것이라든지, 스트레스 테스트의 중요성과 TARP (긴급 금융 구제 프로그램)와 같이 대중들은 무척 싫어한 정책둘이 왜 필요했었는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내부자의 시각에서 무척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무척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다만 어느정도 거시 경제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쉽게 읽을 수 있다. 강력 추천!!

투자 분야

Random Walk Down Wall Street

무척 훌륭한 개인 투자 입문서!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이른바 워렌 버핏 식 현금 흐름 투자, 그리고 주가의 기대 상승률을 중시하는 이른바 모멘텀 투자 각각의 시각을 다루며, 포트폴리오 이론이 왜 등장했고, 왜 패시브 인덱스 펀드가 액티브 펀드를 이겼는지, 어떻게 human error들을 줄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한 번 해보고 싶고, 북클럽 토론도 해 보고 싶은 책이다. 추천!

역사 분야

1962

인류가 하마터면 멸망할 뻔 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상세하게 논픽션 형태로 풀어낸 책으로, 마치 스릴러를 보는듯한 엄청난 필력이 이 책의 강점이다. 으스스한 점은, 전쟁을 통제할 의지가 있었느냐 뿐만 아니라, “실제로 통제할 수 있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즉 사소한 실수와 국지적 사건이 언제든 핵전쟁으로 발전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강력 추천 !!

사회 분야

콘텐츠의 미래

훌륭한 책이다. 언론, 미디어, 물류업계, 출판사, 음반사 등등 다양한 업종을 넘나들면서 디지털 시대로의 컨텐츠 전환의 도전과 기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연결성”을 이야기하면서, 미래의 콘텐츠 기업들이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를 무척 잘 설명하고 있다. 콘텐츠 제공 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꼭 정독해볼만한 책이다. 마지막 파트에서 하버드 대학교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인 HBX를 좀 푸시해서 설명하는게 살짝 거슬리기는 하는데, 그것 빼고는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인문 분야

이야기의 탄생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유독 돋보인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품들의 이야기는 사실 큰 틀에서 모두 서사를 공유하고 있고, 몇 가지 변주를 통해 독자가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가 된다. 책에서는 그 이야기의 핵심 구조를 아래의 5막 구조로 정리한다.

  • 1막 : 이게 나다. 그런데 통하지 않는다.
  • 2막 : 다른 방법이 있는가?
  • 3막 : 있다. 나는 변화했다.
  • 4막 : 그런데 나는 변화의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가?
  • 5막 :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뒤돌아보면, “성장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그것이다. 위의 5막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물이든 아니든, 모든 사랑받는 작품은 주인공이 어떠한 의미에서든 변하는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해피 엔딩에서는 주인공이 새로운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고. 책에서는 모든 캐릭터는 완벽하지 않으며, “신성한 결함”을 가지고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야기의 진행을 통해 그 결함이 노출되고 도전받으면서 캐릭터가 변화하는 것이 바로 매력적인 이야기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즉 입체적인 인물이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하나는 정보 격차를 통해 매력적인 플롯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즉 이야기의 화자는 아는데 독자는 모르는 이야기, 예를 들어 탐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고 선언하지만 독자는 해답을 알지 못해서 궁금해하는 바로 그 장면에서 우리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정보 격차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탐정 소설이나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가 가지는 매력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통해서 느낀 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게 되었다는 점이다. 꼭 이야기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의 핵심도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것에 있는 것이고. 누구나 그리고 모두가 변화하는 것이다. 10대의 내 세계관과 지금의 내 세계관이 다르듯, 이야기의 화자이건, 현실 세계의 인물이건, 결국 자신의 세계관이 도전받고 변화하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며, 그것이 매력적인 인물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추천할만한 책이다.

회고록, 전기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

디지털 세상을 연 정보 공학의 창시자, 그리고 내 직업을 만들어주기도 한 클로드 섀넌의 전기이다. 책을 무척 잘 썼다. 인물 전기가 자칫하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아이디어 파트, 즉 정보 이론의 핵심 이론도 비 전공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니 세상에 정말 천재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저글러이자 주식투자자였던 섀넌의 생애가 무척 흥미롭게 다가웠다. 개인적으로는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나요?” “내부자 정보지요.” 하는 장면에서 빵 터졌다. 참고로 제임스 글릭의 <인포메이션>과도 어느정도 겹치는 점이 있다. 추천!!

내 마음대로 올해의 책

<1962>, 마이클 돕스

개인적으로 재작년, 작년과 같은 강력한 후보는 없었지만 가장 즐겁게 읽었고 교훈적이었던 <1962>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다. 분명히 역사서이지만 웬만한 장르 스릴러도 울고 갈 정도로 섬뜩했던 13일간을 훌륭하게 잘 서술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