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분기와 함께한 책

소설

은하수의 저주 (★★★✩✩)

용왕, 선녀, 그리고 날개옷 설화등을 적당히 차용한 소설인데, 억지로 끝까지 읽긴 했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물 이름이 우선 다 비슷비슷해서 구별이 잘 되지 않았고,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인생호 사건”은 굳이 등장하지 않았어도 되었고, 등장 인물들의 동선과 스토리텔링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데우스 마키나 식의 전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추.

기묘한 러브레터 (★★★★✩)

2명이 장문의 페이스북 메세지를 (일종의 편지처럼 보면 된다) 교환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의 비하인드가 밝혀지는 구성의 소설이다. 무척 흡입력있다. 사실 내용 자체는 크게 특별하지 않은데, 오로지 엄청나게 흡입력 있는 내러티브만으로 끝까지 읽게 만드는 책이다. 추천!

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의 단편 SF 모음집으로, 세기말을 다룬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룬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본 설정이어서 그렇게까지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거대 지렁이가 지배한 인류의 미래를 다룬 단편이라든지, 인어공주의 알레고리와 능력자물을 독특하게 결합한 <목소리를 드릴게요> 등 정교한 구성과 완성도 높은 단편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다. 훌륭한 SF 모음이다. 추천!

아홉수 가위 (★★★★★)

표제작 <아홉수 가위>는 귀신 이야기를 다룬 괴이물이자 성장물적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고, 무척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도 완성도가 높고 서사가 훌륭하다. 다만 저자 본인의 말처럼 “네거티브한 에너지”라는 주제에 맞춘 단편들이어서 그런지, 좀 청승맞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SF 라기보다는 어반 판타지가 조금 더 가까운 장르에 속하지 않나 싶다. 추천!!

로스트 라이트 (★★★★★)

역시 믿고 읽는 <해리 보슈> 시리즈이다. 이 작품은 특히 반전이 많은 편인데, 필력과 구성에서 형사 스릴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추천!

순수한 관찰자 시점 (★★★✩✩)

SciFan 으로 나온 책들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상인데, 번역이 대부분 직역체여서 읽기가 힘들다. 원문의 뉘앙스를 잘 살리지 못하고, 문장 끊기의 호흡도 이상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없었다. 내용도 크게 남는 것이 없고.

초능력 병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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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이 여자 친구를 위해 초능력 병아리를 밀수해서 들어오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초능력 병아리의 활약이 좀 더 유쾌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대멸종 (★★★★✩)

SF 의 명가로 새로이 발돋움하고 있는 출판사 “안전 가옥”에서 “대멸종”이라는 주제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늘 안정적인 퀄리티를 자랑하는 안전가옥에서 나온 책이어서 역시 기대한만큼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감마선 폭발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되고 이를 다루는 저승 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이 가장 독특했고 인상적이었으며, 아포칼립스 좀비물을 다룬 다른 단편들은 다소 식상했다.

다섯 번째 감각 (★★★✩✩)

김보영의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다. 청승맞고 신파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느끼는데, 그게 영 거슬린다. 이 책도 억지로 다 읽기는 했는데,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좀비즈 어웨이 (★★★★✩)

한국형 좀비 사태를 배경으로 한 좀비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그런데 좀비물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한 배경의 비슷비슷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크게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즉 어디서 많이 보았던 느낌의 단편들이 많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우아한 우주인 (★★★★✩)

SF 단편선 모음집이다. 대상을 받은 “우아한 우주인”은 넷플릭스의 <러브,데스+로봇>의 “독수리자리 너머” 에피소드가 연상되었고, “침묵만이 들렸다”는 유전자 맞춤 인간의 법정 변론이라는 흥미로운 구성과 서사가 돋보였다. 한국 SF의 질적 및 양적 발전은 무척 고무될만한 현상이다. 추천!

신더 / 스칼렛 / 크레스 / 윈터 (★★★★★)

양어머니로부터 학대받는 수리공 “신더”에게 어느날 제국의 황태자가 찾아와서 고장난 안드로이드의 수리를 맡긴다. 신데렐라가 연상되었다면, 당신의 추측이 맞다. 신데렐라, 빨간모자, 라푼젤, 그리고 백설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와 갈등관계를 먼 미래로 옮긴 SF <루나 크로니클>의 내용이다. 이러한 동화적 배경에 더해, <루나 크로티클>만의 독특한 SF 설정, 즉 달에 사는 인간들의 국가인 “루나”와 치명적인 전염병의 위협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간결하게 잘 읽히는 필체, 매력적인 주인공, 강력한 악당, 흥미로운 서사, 성장물적 요소, 미스터리 등등 여러가지 요소가 잘 버무러진 훌륭한 판타지 소설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정신이 들어보니 나도 모르게 마지막 권을 읽고 있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마지막 권에서 지나치게 “뭔가를 시도하다 – 누군가 잡히고 – 도망가고 – 다시 돌아오는” 구조의 원패턴이 반복되는 점이지만, 재미는 확실히 보장한다. 추천!

작가 형사 부스지마 (★★★★✩)

소설 작가들이 사건에 휘말려 살해당한다. 이 사건들의 진상을 작가이자 형사를 겸직하는 주인공 “부스지마”가 파헤친다. 단편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정통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캐릭터가 강조된 라이트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다.

마법 서점 라라 북스 (★★★✩✩)

단편 모음집이다. 다 읽기는 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없었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

모종의 이유로 축구가 4대 사회악이 되어 근절되어 버린 2030년 미래에서, 대학교 조별과제로 과거 월드컵 선수를 인터뷰하는 주제를 맡게 되는데… 블랙코미디적인 배경과 재미있는 캐릭터들, 무겁지 않은 분위기와 인터뷰로만 풀어나가는 문체, 수많은 동시대 패러디 요소들로 가득찬 신선한 소설이다. 추천!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

미스터리 팬에게 추천하는 심리 미스터리 스릴러다. 한 책방 주인이 과거에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글대로 실제로 살인을 벌이기 시작하고, 이를 조사하러 FBI 조사관이 파견되어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종 고전 미스터리에 대한 진한 오마주가 묻어나오는 책으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그중에서도 <ABC 살인사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한 번씩 읽어보았다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리 스릴러 요소도 무척 강해서 끝까지 긴장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추천!

기파 (★★★★✩)

조난당한 우주선에 있을 지 모르는 생존자를 찾아 탐험하는 SF이다. 게임에서 나 와 같은 비슷한 장르의 작품이 많아서 독창적이라고는 느끼지는 못했지만, 안정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나가는 솜씨가 좋다고 느꼈다.

노사이드 게임 (★★★★★)

대기업의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기미시마는 사내 정치에서 밀려 요코하마 공장의 총무부장으로 좌천된다. 요코하마 공장은 프로 럭비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강등을 겨우 면하는 실력의 팀이고 게다가 감독을 새로 뽑아야 한다. 럭비팀의 제네럴 매니저도 겸하는 총무부장으로서, 기미시마는 럭비팀을 재건하는 사명을 떠안게 된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선수나 감독이 아니라 일종의 구단주격인 “제네럴 매니저”의 입장에서 팀을 재건하는 스포츠 소설이다. 스포츠 팀의 재건, 회사 이사진의 예산 절감 압박과 암투, 기업 인수 합병과정의 의혹, 그리고 클라이맥스의 가슴 뜨거워지는 명승부 등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낸 책으로서, 스포츠 소설로도, 미스터리로도, 스릴러로도 작품의 완성도가 무척 높아서 책을 손에서 떼기 힘들게 만드는 흡인력이 정말 대단하다. 단연 이케이도 준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인 것 같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머니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강력 추천!

사회

민주주의 공부 (★★★★✩)

민주주의의 약점과 도전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민주주의의 내재적인 취약점, 선거를 통한 구조화되고 제도화된 불확실성, 포퓰리스트가 왜 득세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 그리고 일종의 정보 브로커로서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인상깊은 책이었다. 단점은 문장이 어렵게 번역되어 있다. 더 쉽게 끊어서 번역했어야 했다. 또한 대부분의 정치 교양서가 그렇듯,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끝난다는 점도 다소 아쉬웠다. 정치학 책을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지식의 착각 (★★★★✩)

왜 사람들은 그토록 가짜 뉴스나 헛소문, 음모론처럼 비합리적인 것들에에 열광할까? 왜 이성이 작동하지 않을때가 더 많을까? 이 책에서는 인간의 이성이 작용하지 않는 각종 사례들과 이유들, 즉 무지,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 (unknown of unknown), 인과 관계의 혼동, 확증 편향, 공동체의 압박, 사실보다 가치관에 대한 우선순위 등등을 설명한다. 스티븐 핑커의 와도 맥을 같이 하는 책으로 같이 읽으면 좋다.

경제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

투자 교양서로는 괜찮다. 기본적으로 복리 투자, 포트폴리오 이론, 가치 투자 v. 모멘텀 투자 등에 대한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을 얻기에 좋은 책이다. 유명세(?)에 배해 깊이 있는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는다.

화폐이야기 (★★★★✩)

경제학의 다양한 토픽들 중에서 “화폐”에 대해서 집중하고 화폐 역할의 변천사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다. 금 본위제, 기축 통화, 영국의 영란은행이 중앙은행의 발전에 끼친 기여, 케인즈의 통화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등등의 이야기를 깊이 있기 풀어낸다. 단점이라면, 교과서처럼 사실 관계 위주의 나열이 많아서 교양서로는 조금 지루하다는 점이고, 공저자가 여러명이어서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 점을 제외하면 화페의 역사를 다룬 훌륭한 책이다.

경영

일본에서 가장 수익률 높은 공장 에이원 이야기 (★★★★✩)

이 책을 읽으면 왜 일본이 중소기업 강국인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에이원 창업자가 직접 회사의 경영 철학과 전략을 설명하는 책인데, 작년에 읽었던 <더 골>의 내용이 연상되어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즉 재고를 최대한 줄이고, 고객 턴오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엄청난 수익률을 거두는 중소기업 제조공장의 이야기이다. 기업의 운영 철학과 중소기업 운영이 대기업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등등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추천!

픽사 스토리텔링 (★★★★✩)

픽사의 스토리텔러가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직접 전하는 책이다. 가벼운 자기계발서로 추천한다.

도요타의 원가 (★★★★✩)

도요타의 경쟁력은 철저한 원가 계산에 있다. 도요타는 제품을 먼저 설계하고, 원가를 산정한 다음, 거기에 이익을 더해서 가격을 산출하지 않는다. 대신 도요타는 거꾸로 시장과 가격을 먼저 산출하고, 거기에 맞춰서 원가를 정한다음, 그 원가에 맞춰서 모든 팀이 적절한 부품과 원가 절감 노력을 한다. 그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고, 한편 마케팅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공장에서 쓰이는 연필 하나까지도 원가로 산정하는 집요함에서는 혀를 내두를수 밖에 없었고, 도요타의 차들이 왜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추천!

자기 계발

빠르게 실패하기 (★★★✩✩)

제목(fail fast)이 마음에 들어서 무언가 영감을 주는 사례들이 많을까 싶어서 책을 읽었는데, 사실 책 내용은 그냥 평범한 자기계발서였다. 내용도 얄팍하고, 굳이 읽을 가치는 없는 책인 것 같다.

투자

동일비중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가치투자하라 (★★★✩✩)

사실 나도 취하고 있는 전략이다. 핵심은 (1) 장기 투자 및 (2) 리밸런싱이다. 사실 나도 리밸런싱을 가끔 하고 있기는 한데, 월별 기본 투입금이 있는 경우 (월급 일부를 항상 투자한다든지) 굳이 리밸런싱을 할 필요까지는 있을까 싶다. 또한 책에서 나온 리밸런싱 예제, 즉 규칙적으로 주가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백테스트 혹은 power law에 따른 random walk를 반영하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심리학

잡동사니의 역습 (★★★★✩)

저장 강박증을 지닌 사람들, 일명 “hoarder”를 다룬 일종의 심리학 책이다. 책 처음에 등장하는 중증 저장 강박증 대표 사례인 콜린스 형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이런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점, 그리고 유전적 관련성이 크게 의심된다는 점도 유전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람쥐가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도토리를 모아놓는 본능이 있는 것처럼, 저장 강박도 인류 조상이 가졌던 일종의 생존 기제의 흔적이 아닐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죽음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한다든지) 죽음을 매일 접할 기회도 많지 않다. 오늘날 대부분의 죽음은 고령에 의한 질병이며, 많은 노인들이 중환자실에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죽음이 등장한지는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 책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책이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다양한 노인들과 사례들,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발전 — 구빈원, 호스피스, assisted housing 등 –을 다루면서 삶의 끝맺음과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기 암 환자의 의미없는 항암 치료, 이미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사람에 대한 소생술과 DNR (do not resurrect)과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의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었는데, 사실을 말하지 않고 여러가지 정보만을 주면서 결정을 환자에게 넘기면서 의미없는 항암치료를 권하는 것보다, 실제 환자의 삶의 질과 의미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감해주는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또다른 과정이자 관문이라는 것을, 환자만이 아니라 의사도 함께 이해하고 맞닥뜨리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책에서는 작가 본인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무척 개인적이어서 가슴 뭉클했다. 본인이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자녀들과도 함께 한 번 읽고 진솔하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인문

세계문학 브런치 (★★★★✩)

세계 문학이라기 보다는 서양 문학 브런치에 더 가깝다. 유명한 서양 문학 작품들을 원문과 함께 간략하게 소개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역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

석유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 패권을 지배한다는 말이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석유 금수 조치와 일본의 진주만 공습, OPEC, 셰일 가스, 그리고 국제 석유 기구 등등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석유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추천!

조선 정치의 꽃 정쟁 (★★★★✩)

조선시대의 붕당정치에 대한 오해가 많다. “쓸모없는 분쟁”이자 “폐단”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는 일제시대 식민사관의 영향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정쟁이 어떠한 배경에서 이루어졌는가를 역사 소설 및 해설의 문체를 빌어 딱딱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대표적으로 예송논쟁의 경우 “어떻게 상복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 같은 쓸모없는 것으로 싸우느냐”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철학적, 시대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정쟁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는 책이다. 다만 책의 단점도 있는데, 교차검증되지 않은 야사에서 온 이야기 (예를 들어서 장녹수가 인현황후를 저주했다는 등의 이야기), 그리고 시스템의 결함 혹은 왕의 문제 (숙종의 잘못)를 거론하지 않고, 여성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어 한 개인의 잘못(장녹수의 개인 패륜)으로 재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여겼다. 추천!

네모에 담은 지구 (★★★★✩)

메르카토르의 업적과 배경, 메르카토르 도법의 유용성과 한계, 그리고 최근의 페터스 논쟁까지 다루는 책이다. 책의 토픽이 흥미롭고 구성이 좋은 편이다. 다만 글의 호흡이 길고, 너무 지엽적인 디테일까지 다루고 있어서 자칫 길을 잃기 쉬운 점이 단점이다. 메르카토르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다양한 다른 지도 도법들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페터스 이후의 실제적인 논의와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지도 (구글 지도나 위성 지도같은)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어나갔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

온돌, 기원과 역사 (★★★✩✩)

온돌의 기원과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다소 짧다는 점이 아쉽다.

교양과학

외계생명체 탐사기 (★★★✩✩)

외계 생명체 탐사를 다룬 가벼운 교양 과학서이다. 깊이가 좀 얇다는 점이 아쉽다.

위대한 생존 (★★★★✩)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생물들, 예를 들어 웰위치아나 뇌산호,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트리 등을 사긴과 함께 간략한 배경을 작가 본인의 여행기와 함께 다룬 독특한 생태 에세이이다. 다큐멘터리를 “읽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추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책 제목을 보면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혼란에 빠지기 쉽다. 무척 독특한 논픽션 과학 에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생물학 그리고 진화론에서 흔히 접하기 쉬운 오류, 즉 어느 한 종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나 진화의 “사다리”라는 개념이 왜 위험한지를, 성소수자인 저자 본인의 삶과 함께 저자가 발견한 독특한 과학 빌런 데이비드 조던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살인 의혹과 우생학 옹호자로서의 흑역사를 이야기하면서 함께 다룬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책 제목의 의미는 마지막에 가서 풀리게 된다. 강력 추천!

복잡계 개론 (★★★✩✩)

요즘은 “네트워크 역학” 혹은 “네트워크 효과”로도 유명한 복잡계 (카오스 이론)에 대한 이론적 프레임을 제공하는 책이다. 대학 교재 같은 구성이어서 다소 딱딱한 편이지만, 복잡계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10년 전에 나온 책이어서 예제들이 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늘잎나무 숲을 거닐며 (★★★★✩)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침엽수들을 주제로 다룬 교양 과학서이다. 생태학적 부분들도 충분히 다루고 있는 책으로, 적당한 넓이와 깊이를 갖추고 있는 교양 과학서이다. 추천!

마법의 비행 (★★★★✩)

생물의 비행에 얽힌 진화를 다루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이다. 흔히 진화 반대론자들의 주된 논거 가운데 하나가 “날개는 무척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점진적인 진화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이른바 “제한된 비행 능력을 갖춘 날개”도 여전히 진화상 유용한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나간다. (하늘 다람쥐처럼 글라이드하는 경우) 다만 나는 리처드 도킨스 이 양반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기본적으로 유신론자들은 모두 멍청이 정도로 취급하는 엘리티시즘이 싫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는 그냥 똑똑한 트럼프, 고상한 척 하는 유신론 혐오론자로 본다. 그 역겨움을 참을만 하다면 나쁘지 않은 책이다.

공룡 사냥꾼 (★★★★✩)

자연사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공룡뼈들의 상당수는 고생물학자가 아니라 전문적인 “화석 수집꾼”들에 의해 발견되고 상업적으로 경매에 붙여져서 거래된다. 그 화석 중에서도 이른바 성배에 가까운 T-Rex 의 화석의 가격은 무척 높은 편인데, 이런 화석을 몽골과 같은 해외에서 발굴하여 미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상당수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이른바 공룡뼈 소송으로 유명해진 에릭 프로코피의 이야기를 다룬다. 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책인데, 문체가 정돈되지 않고 산만한 것이 약점이다. 공룡 화석을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 (★★★★★)

목수의 입장에서 저술한 산림학 책이자 생태 에세이로도 볼 수 있는 독특한 책이다. 나무는 어느 계절과 시점에 베는 것이 가장 좋은가, 벤 나무의 우듬지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자연 건조 및 야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건축 자재로서의 목재가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추천!

뼈가 들려준 이야기 (★★★★✩)

뼈를 주제로 삼은 교양과학서 + 에세이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챕터는 어린이 학대 사망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뼈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챕터였는데, 가슴 묵직하게 다가왔다. 단점이라면 개인 의견과 회고가 많은 편이어서 교양과학서로의 정체성을 흐린다는 점이다. 다소 난삽한 구성과 창조론 및 진화론 논쟁이 책 주제에 썩 어울리지 않아서 이 책에 없어도 괜찮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술

NFT 실체와 가치 (★★★★✩)

NFT란 무엇인가, 특히 이 책은 그 중에서도 Token 에 대해 중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나도 NFT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이며, Token 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비트코인 및 NFT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다. Immutability, distributed consensus 등에 대한 몇몇 점을 제외하고 NFT가 가지는 크게 특별한 점은 없다고 생각하고, 투자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입장이며, 중간 거래의 투명성을 제외하고는 크게 신선한 점이 없다는 입장에 서 있지만, NFT 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읽어볼만 하다.

의학

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책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노는 책이다. 전염병보다는 의녀 제도에 대한 고찰, 허준과 동의보감 등 조선시대의 의료 기관 및 의료 체계를 주제로 다룬다. 전염병도 다루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증상이 다 비슷비슷하고, 해결책도 격리 및 대증 요법으로 다 거기서 거기다보니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도시

미국을 더 깊이 알 수 있는 핫스팟 (★★★★✩)

미국의 각 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에 얽힌 미국사를 풀어낸 책이다. 철도, 이민, 노예제, 침탈 등등 미국사의 주요 역사를 샌프란시스코나 하와이와 같은 도시를 통해 비추고 있다. 꽤 훌륭한 책이다. 추천!

슈퍼 라이브러리 (★★★★✩)

도서관의 “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섬과 같이 외따로이 떨어진 도서관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지역에 더 어울린 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미래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를 고찰하는 책이다. <뮤지엄X여행>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도 취향에 맞을 것이다.

종교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 (★★★★★)

루터의 종교 개혁이 촉발된지 500년이 흘렀다. 이 책은 그 500년의 시간을 반추하며 개신교회사, 한국 기독교사, 그리고 현재의 한국 기독교를 진단하는 3부로 이루어진 책이다. 책의 구성이 알차고 심도있다. 종교 개혁은 단순히 교리 다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와 비판, 그리고 무엇보다 민중들의 뒷받침이 있어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고, 그런 지점에서 일반 시민들의 뒷받침을 얻지 못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를 조망하는 부분도 시사하는 점이 컸다. 한국 기독교가 욕을 먹는 것에 대해 단순히 “일부의 잘못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좀 더 잘하면 된다”하고 받아들이는 개교회의 시각은,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 의식도 깊게 다가왔다. 추천!

생명공학에 대한 생명신학적 비판 (★★★✩✩)

생명공학에 대한 1차원적인 주장만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 GMO에 대해서 위험하니 무조건 먹지 말라는 논조라든지, 기독교가 “세력을 모아서” 반대 세력에 대해 대항세를 키워야 한다느니 하는 시대의 맥락을 읽지 못하는 일차원적인 접근만이 열겨되어 있고, “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부족한 책이다.

한국교회 분단과 분열의 트라우마를 넘어서 (★★★★✩)

한국 교회의 문제점, 그 중에서도 특히 세습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 교회 세습을 앞두고 온 교인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분열되게 된 교회를 겪어본 교인의 입장에서, 이로 인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다양한 인터뷰나 폭넓은 데이터에 기반한 근거가 부족하다보니, 주관적인 논증으로 그친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하나님의 이름은 하나다 (★★★★✩)

성경 속의 인물과 사물의 “이름”에 부여되는 의미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히브리 원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즉 이름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5000년 전의 언어와 컨텍스트를 현대의 언어로 온전히 옮겨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왜 어느 정도의 의미가 소실될 수 밖에 없는지도 알 수 있었다. 추천!

예술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메인 작곡가로도 유명한 히사이시 조의 음악 에세이 모음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보니 통일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작곡가를 겸하고 있는 지휘자가 느끼는 클래식 음악과 모던 음악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지휘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하다.

빛이 매혹이 될 때 (★★★✩✩)

미술사의 주요 작품들을 빛의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명하는 책이다. 즉 카메라 옵스큐어와 같은 도구들이 어떤 도움을 주었나, 왜 유화의 색채가 더 다양한가 등등 일종의 광학을 주제로 한 교양 과학 + 미술사 같은 책이다. 교양서로는 유용한데,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내용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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