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과 함께한 책

2025년을 함께한 책들을 정리해서 올려본다. 총 301권의 책 중에서 123권의 책을 중도 하차하고 174권의 책을 완독했다. 아래는 읽은 책들에 대한 리뷰이다.

소설

러브 온 더 브레인 (★★★★✩)

작가의 전작 <사랑의 가설>을 만족스럽게 읽어서 이 책을 읽었다.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재미있는 진행 덕분에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전작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가장 큰 단점은 독창성의 부족인데, 재치있고 똑똑하지만 자신의 연애에 관해서는 젬병인 여주인공, 여주만을 바라보는 과묵한 엄친아 남주인공, 그리고 뒤늦은 악역의 등장 등등 너무 전편과 구성이 똑같아서, 같은 캐릭터가 다른 배역으로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편의 자가복제라는 점만 제외하면 작품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다.

기도의 카르테 (★★★★✩)

재미있게 읽은 코지(cozy) 의료 미스터리 소설이다. 수련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여러 의학과를 돌아다니며 환자들에게 발생한 사건들의 진상을 추리해가는 소설이다. 사건의 진상은 어려운 편이 아니지만, 다소 만나기 힘든 메디컬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꽤 재미있게 읽었고, 마지막 챕터에서 주인공이 의사로 성장하는 점이 마음에 와닿은 소설이다.

이토록 단일한 마음 (★★★★✩)

한 중견기업의 인사과에서 근무하던 주인공은 업무상 이유로 뇌에 인공지능 “단일이”를 이식해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가 회사를 점거하면서 벌인 투쟁 때, 노조원에게 머리를 맞아 고장이 나고 만다. 그 이후 AI를 되찾기 위해 벌어지는 산재 신청을 놓고 벌이는 회사와의 협상이 주된 내용인 소설이다. 현실적인 한국 배경이 꽤 재미있었던 단편으로, 캐릭터와 내용 흐름이 괜찮았던 SF 이다.

산마처럼 비웃는 것 (★★★★★)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 미쓰다 신조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에 사건의 진상이 확실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호러 보다는 탐정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 노부요시가 성인식을 맞아 ‘흉산’이라 불리는 산을 참배하던 중 기이한 일에 휘말리고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반부의 공포 묘사가 상당해서, 밤에 읽으면 등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경험하실 수 있다. 책의 중간에 명탐정 “도조 겐야”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탐정물로 전환되고 연속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며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중간중간의 추리 반전이 꽤 인상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호러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로스쉴트 씨의 백어택 (★★★✩✩)

일종의 빈곤층의 사회적 지위 혁명이 성공한 “대한민국 3.0″을 다룬 소설이다. 즉 부유층은 멸시당하고 무시당하며, 빈곤층이 대접받는 사회이며, 부유층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천대받는 세상을 다룬 소설이다. 배경 설정의 취지는 이해하겠는데,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했고, 또한 “로스쉴트”의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어서 그다지 깊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SF라기보다는 사변 소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살려 마땅한 사람들>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피터 스완슨의 작품으로, 역시 이 책도 아쉬움 없는 스릴러이다. 범인들의 정체와 동기를 미리 보여주어 긴장시키며 빌드업하는 그의 장기가 잘 살아있는 스릴러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주인공 캐릭터가 다소 밋밋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심경에 조금 더 변화의 포인트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가만히 있다가 수동적으로 누군가에게 구원받는 전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 점을 제외하면 재미있게 읽은 스릴러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 (★★★✩✩)

나는 사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우울한 시기이다보니, 칙칙한 배경과 민족주의적 감성과 결부되어 청승맞은 결론이 나올 때가 많아서 그렇지 않나 싶다. 민족 정체성 및 정서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시기이다보니, 냉정하게 읽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책도 그런 느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책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해외 2세가 쓴 한국 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를 돋운 요소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인물들의 개성과 배경은 흥미롭게 다가온 편이었지만, 각 캐릭터들의 서사가 다소 약한편이다보니 이야기의 흡입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 (★★★★✩)

꽤 재미있게 읽은 추리소설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가 살아있는 소설이다. 여러 장소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점이 장점인 소설이다. 다만 부족한 부분들도 적지 않았는데, 첫번째로 캐릭터를 끝까지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특히 중도 하차한 리리코 캐릭터가 가장 아쉬웠는데, 캐릭터성이 가장 좋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주인공 캐릭터의 심경 변화도 사실 좀 억지스러웠는데, 이에 대한 서사가 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도, 전체 사건 현장을 볼 수 없는 독자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인지 따라가기가 오히려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캐릭터, 문체와 구성 진행 등등은 마음에 든 소설이었다. 여러모로 호불호가 갈릴법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살인 리스트 (★★★✩✩)

범죄 기자인 주인공 메리에게 어느날 예고 살인 목록이 담긴 다이어리가 배송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예고 살인 목록이라는 점에서 모범적인 도입부라고 볼 수 있지만, 진행이 딱히 매력적이거나 긴장감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범인의 정체가 지나치게 뜬금없어서 김이 팍 식은 작품이다. 진범의 동기도 크게 납득이 가지는 않았고.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내 시간을 돌려줘! (★★★★★)

하루가 23시간인 준우가 반대로 하루가 25시간인 효빈과 만나면서 시작되는 영 어덜트 소설이다. 시간 여행, 로맨스, 청소년 성장물이 결합된 소설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인물들은 다소 전형적인 면이 있었고, 청소년 소설의 특징상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모두 설명해 주는 점이 호불호가 길릴 수는 있지만, 캐릭터 변화와 성장 부분들이 마음에 들어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샬롯의 거미줄 (★★★★✩)

모범적으로 잘 쓴 동화책이다. 돼지와 거미의 우정을 잘 그려낸 책이다. 특히 영문판 원본의 경우 문장이 무척 깔끔하고 좋은 것으로 유명해서, 아이들에게도 많이 읽히는 소설이다. 추천!

호텔 피베리 (★★★★✩)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살인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재방문은 받지 않는다”는 독특한 규칙을 가진 호텔에 다섯 명의 여행자가 장기 투숙하는데, 어느 날 투숙객 한 사람이 익사한 채 발견되면서 불안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살인과 미스터리 트릭보다는 드라마와 인물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둔 소설인데, 나도 예전에 방문했던 하와이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점이 좋았던 소설이다.

아이가 없는 집 (★★★★✩)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다. 장애인 + 비행기 사고 생존자 + 신체 접촉에 대한 PTSD + 이혼녀 등등 독자가 감정이입하기 쉬운 지점들을 때려넣은 주인공 율리아와 전남편 시드니와의 케미가 매력적인 작품으로, 추리 자체는 다소 고전적인 미스터리물에 가깝지만 캐릭터성으로 커버하는 작품이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 (★★★★✩)

이 책은 독특하게도 “뺑소니범인 대학생”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미 범인의 정체가 밝혀져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의 요소는 거의 없고, 대신 약간의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책이다. 사법적 처벌과 용서, 그리고 심경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책이며,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성격이 잘 묘사되어 있어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추천!

더블 (★★★★✩)

<홍학>으로 유명한 정해연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사이코패스 살인범 대 사이코패스 살인범이라는 구도 속에서, 뜻하지 않게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 살인범(!)의 심리를 잘 묘사한 점이 장점이다. 이러한 대립 구조는 작가의 최근작 <홍학>에서도 잘 보여준 바가 있다. <더블>은 초기작이어서 구성이 허술한 부분들이 있지만, 담백하게 등장인물들의 시선에서 사건을 진행시켜 나가는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온난한 날들 (★★★★✩)

기후 미스터리 + 식물에게서 소리를 듣는 커피 아르바이트생이 탐정이 되어간다는 독특한 책이다. 여러 단편 속에서 탄탄한 캐릭터와 밀도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추천!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

좀비물이라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한 명의 여인과 관계를 맺은 5명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섬에 찾아오는데, 갑작스레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사실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인데, 복잡하고 현란한 퍼즐에만 중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인물들의 드라마와 서사는 모두 사라져버린 책이다. 즉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크로스워드 퍼즐 같은 책이어서 사실 크게 감흥이 없었고, 너무 갑작스럽게 끝나는 결말부도 아쉬운 편이었다.

지금, 죽는 꿈을 꾸었습니까 (★★★★✩)

자각몽으로도 불리는 일명 루시드 드림을 다룬 책이다. 루시드 드림 속에서 주인공 이케와 사요가 만나고,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책이다. 흥미로운 전개의 소설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결말을 바꿀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인 결말이 마음에 드는 편이 아니었고, 주인공 캐릭터의 “변화”가 드러나지 않은 평면적인 진행이 아쉬웠다.

갤럭시 (★★★★✩)

정신을 차려보니 우주 탐사선에 있고, 반쯤 망가진 선체 내부에 가득한 시신들, 그리고 기억 상실 등등 초반 도입부는 흥미로운 편으로, <식스웨이크>를 생각나게하는 흥미로운 도입부였다. 그런데 중반 이후부터 다소 힘이 떨어지는데, 나사가 폭주해서 승무원들을 모두 죽이라고 한 설정부터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내가 무척 싫어하는 일론 머스크를 닮은 이안이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뜬금없는 임신 설정 등등 내용이 너무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디.에이. (★★★★★)

역시 코니 윌리스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짧지만 강렬한 단편이다. 분명 지원하지도 않았는데 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된 주인공의 분투기를 다룬 책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추천!

부럽거나 부끄럽거나 (★★★★✩)

나약하고 겁많은 사춘기 소녀 윤지가 구석기 시대에 사는 듯 tv도 없고 컴퓨터 휴대전화도 없이 사는 독특한 남학생 주인공 윤권호를 만나며 자신을 반추하게 되는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로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는 캐릭터의 변화가 다소 약하다는 느점이다. 즉 여주인공은 시종일관 수동적이고 끌려다니고, 가장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는 점이 답답했다.

네 번째 여름 (★★★★✩)

남해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이다. 성폭력 전담 검사로 일하고 있는 정만선에게 어느날 요양원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가 한 할머니를 범하려 했다는 믿기 힘든 소식을 들으며 소설이 시작된다. 사실 책에서 미스터리의 요소는 크지 않고,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에서 그친다. 영석, 덕자, 해심 등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 무척 정교한 얼개로 진행되는 점이 대단한 소설인데, “날 것”의 인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다만 사건의 진상이 나중에 알려지는 것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즉 주인공이 진실을 알아가며 어떻게 변해나갔는지와 같은 요소들이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아서, 이야기의 마무리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열대 (★★★★★)

환상적인 분위기의 미스터리 작품이다. 환상적인 요소가 현실 속에 대담하게 놓여있는 것이 모리미 도미히코 작품의 특징인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끝까지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알려진 “열대”라는 신비로운 책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하지만 중간까지 읽고 나면 책이 어느덧 사라져서 아무도 끝까지 읽지 못하게 된다. 이윽고 이 책을 접한 사람들이 서로의 기억을 모아서 책의 내용을 재구성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서 사람들이 한명씩 사라진다. <인셉션>과 유사한 다층적인 메타픽션이 무척 인상적인 작품인데, 어디까지가 이야기이고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에 무척 충실한 헌정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읽으면서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킬러스 와이프 (★★★★★)

재미있게 읽은 탐정 및 법정 스릴러이다. 여검사 제시카 야들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와 <미키 할러 시리즈>를 읽어보았다면 둘을 합쳐 놓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저자 본인이 법조계에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법정 묘사가 정확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연쇄 살인마의 아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과, 마지막 반전의 정체를 주인공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 캐릭터의 매력을 깎아먹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좋은 책이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울 / 시프트 / 더스트 (★★★★★)

애플tv 드라마로도 나온 <사일로>의 원작 소설이다. 첫 소설 <울>을 자비 출간한 뒤, 입소문만으로 킨들 1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화제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세계관과 인물들이 매력적인 SF 소설이다. 사실 디스토피아 세계관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에 얽힌 미스터리를 긴장감있게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인공이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줄 아는 엔지니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는데, 여러모로 앤디 위어의 <마션>을 떠올리게 만든 소설이다. 다만 문체와 행동 묘사 부분이 다소 장황한 편이고, <시프트>에서 기존에 설명한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부분들은 감점 요인이라고 본다. 하지만 세계관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솜씨와 마지막 <더스트>까지 이르는 긴장감 있는 전개와 장르적 쾌감이 느껴지는 결말이 대단하기 때문에, SF 팬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소녀, 감빵에 가다 (★★★★★)

꽤 재미있게 읽은 청소년 소설이다. 중학생 신희진은 마약을 거래하다가 10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지박령을 만나게 된다. 보통의 청소년 소설과는 달리 인물들의 내면 심리 묘사가 자세한 편은 아니지만, 인물들과의 관계가 꽤 흥미롭게 그려져 있어서 성격과 행동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빌런의 임팩트가 다소 약했고, 티키타카의 재미에 비해 인물들의 성장이 다소 급작스러운 느낌인 점이 다소 아쉬웠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흡인력 있게 끝까지 읽은 성장물이다.

붉은 마스크 (★★★★✩)

한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꽤 다크한 코즈믹 호러 SF 소설이다.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장면, 미혼모, 학교 교사들의 알력을 비롯한 이야기들은 무척 사실적으로 시작되는데, 교사였던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들어있다고 본다. 군상극 구조에서 여러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 내용을 담아내려 한 시도는 좋았고, 사람들이 불로불사의 “물고기”로 변해가는 설정은 코즈믹 호러 SF를 떠올렸다. 다만 이러한 작품의 배경과는 별개로, 등장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인 점이 아쉽다. 빌런은 정말 악의 화신같은 빌런인데, 그에 반해 퇴장은 다소 어이없었고,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서사도 깔끔하다기 보다는 찝찝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 많았다. 물론 다소 의도된 끝맺음이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무언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잔뜩 부여하고 제대로 끝맺음되지 않고 도망쳤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점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이다.

도시, 청년, 호러 (★★★★✩)

제목 그대로 도시, 청년, 호러를 다룬 단편집 모음이다. 한국의 보증금 사기 사태를 풍자하는 “보증금 돌려받기”와 같은 현실적인 단편들이 많다. 다만 모든 단편들이 다 흥미롭지는 않았고, 고시원을 다룬 단편처럼 네거티브한 작품들이 많다보니 읽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다.

수확자 시리즈 (★★★★★)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밤새 끝까지 읽어버린 소설이다. 나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는 배경, 인물,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소설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 3요소가 황금 비율로 잘 어울린다. 첫째는 배경이다. 소설은 인공지능이 전쟁과 질병, 빈곤과 같은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미래로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노화와 죽음도 해결해버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일정 수의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다루는 사람들이 바로 <수확자>로서, 임의의 사람들을 선택해서 목숨을 거두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둘째는 인물이다. 소설에서는 새롭게 수확자가 되는 시트라와 로언이라는 매력적인 두 주인공들과, 패러데이, 퀴리와 같은 주변 인물들, 고더드라는 강력한 빌런, 음파 교단과 같은 흥미로운 집단이 등장한다. 셋째는 사건이다. 주인공들의 성장과 변화를 정통적으로 다루는 성장물로 시작하지만, 규칙을 깨는 수확자들로 인해 점점 사건이 커지게 된다. <수확자> 시리즈는 이러한 요소들을 잘 버무려낸 훌륭한 영 어덜트 SF 소설이다. 다만 로언이 공주님처런 잡혀있다가 탈출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점, 빌런들이 좀 더 임팩트 있게 사건을 끌고나가지 못한 점, 그리고 3부의 다소 생뚱맞은 결말을 보면, 작가가 마무리를 제대로 구상하지 않고 쓰기 시작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단점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와 진행이 탄탄해서 한 순간도 손에서 놓기 힘든 책이기도 하다. 영 어덜트 SF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

전직 판사인 시즈카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탐정 소설이다. 겐즈루 할아버지와의 케미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독립적인 에피소드들로 진행되는데, 코지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경계를 잘 잡은 것 같고, 복잡한 트릭 퍼즐에 집착하지 않은 점이 괜찮았다. 가볍게 읽을 탐정 소설로 추천한다.

부스러기들 (★★★★✩)

아무도 없는 무인 요트가 항구에 도착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생명보험 변호사인 주인공은 이 보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진상에 접근한다. 배에 아무도 없고, 주인공이 보험조사원이라는 점에서 유명 인디 게임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을 떠올렸는데, 과거의 사건들과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이 교차 편집되는 구성이 무척 긴장감 넘친다. 다만 엔딩이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편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범죄 형사물 스릴러이다. 주인공 아유미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휴대폰을 주운 사람과 연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점점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 현재 진행되는 사건과 동시에 형사 사건이 진행되는 교차 진행은 스릴감 넘친다. 다만, 여주인공 아유미가 능동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그치는 점이 아쉬웠다. 차라리 여성 주인공의 다른 아는 지인이 희생자가 되어서 사건을 병행으로 조사하는 형태였다면 더 이야기가 생동감있었을 것 같다. 또한 예전 작품이다보니 SNS나 스마트폰 비밀번호 등의 관리 실태에 대해서 보면 한숨을 금할 수 없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떨어트렸다고 저렇게 무방비로 해킹되리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기는 하다. 이런 단점을 제외하면 스릴러로서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루팡의 딸 (★★★★✩)

대도 루팡의 딸 하루코가 경찰 남자친구 카즈마와 교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러브 코미디 탐정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흥미로운 설정과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1권의 경우, 미스터리가 조금 약하고 클라이맥스의 박력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후속작들도 다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1권만으로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드라마와 영화로도 나왔다.

스키마와라시 (★★★★✩)

<스키마와라시>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온다 리쿠의 작품이다. 괴이 환상을 다루는 미스터리인데, 독특하게도 노스탤지어, 즉 과거에 대한 향수를 핵심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른 미스터리와는 결을 달리한다. <스키마와라시>는 과거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사라지로 철거되는 과정 속에서 언뜻 나타나는 괴이 현상을 다루는 미스터리인데, 주인공들이 관찰자 역할에서만 끝나는 마무리가 다소 아쉬운 점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살인범 협박시 주의사항 (★★★★✩)

일본 시부야의 캬바쿠라 (한국으로 치면 호스티스)에서 일하는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 상당히 독특했던 미스터리 소설이다.

주인공 하루코는 살인현장을 떠나는 한 남자를 목격하고, 돈을 마련하게 위해 그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본인도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점점 상황이 꼬여가기 시작하게 된다. 풍속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심리를 꽤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 특징으로, 해당 업계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를 현실감있게 엿볼 수 있다. 최근 <용과 함께 제로>를 플레이하면서 물장사에 대해서 알게 된지라 꽤 흥미로웠다.

독특한 주제와 주인공, 그리고 설정을 제외하고, 캐릭터는 다소 답답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협박하는 주인공이라는 한계가 컸던 것 같고, 또한 주인공의 변화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도 주인공이 과연 악녀일까 아닐까 하는 질문으로 끝나는데, 이는 받아들이는 독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인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다소 칙칙하지만, 한 번 읽어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스릴러이다.

해표도 (★★★✩✩)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물개 사냥이 벌어지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로, 실제로 100년 전 일제시대에 쓰여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던 추리소설이다. 섬에 한 명의 여성이 더 있는 것 같다는 설정이 꽤 인상적이었다. 다만 워낙 오래된 책이어서 구성이 깔끔하지는 않았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 (★★★★✩)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깊은 인상을 남긴 피터 스완슨의 초기작이다. 주인공이 우연히 목숨의 위협에 놓인 옛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내용이 진행되며 주인공은 옛 여자친구에게 다른 비밀들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에 이르는 진행 과정이 인상적인 스릴러이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

기담 룸 (★★★✩✩)

각종 기담들을 이야기하는 “기담 룸”에 9명의 참가자가 모인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머더러”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초현실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도입부 자체는 어느정도 참신한 편인데, 스포일러를 하자면 마지막의 다중인격 전말은 썩 와닿는 결말은 아니었다.

런 (★★★★✩)

오래 전 가족을 잃은 주인공은 우연히 자전거 “모나미 1호”를 타고 40킬로를 달리면 사후 세계에서 가족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사후 세계의 가족들과 만나면서 두 생활이 시작되지만, 모나미 1호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하면서 대신 마라톤으로 40km 를 달리기로 결정하며 러닝 크루에 합류한다. 청소년 성장물로서, 사실 설정들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전개가 다소 평이하지 않았나 싶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정평이 난 조예은의 미스터리 + 스릴러 + 청춘 + 로맨스물이다. 큰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넘어갔다가 큰 위험에 빠진 화영의 앞에, 난데없이 도끼를 들고 테디베어 인형이 나타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화영은 복수를, 곰 인형은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해 서로를 돕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캐릭터 조형이 조금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지만, 전반적인 짜임새가 탄탄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거짓과 정전 (★★★★✩)

시간을 메인 테마로 다룬 SF 단편집이다. 시간여행과 스테이지 마술을 다룬 <마술사>와 냉전 시대의 스파이 전쟁과 타임 리프를 다룬 <거짓과 정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훌륭한 설정과 트릭, 긴장감 있는 진행, 그리고 단단한 짜임새가 장점인 소설인데, 대부분의 단편들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호한 결말이라는 점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리라 본다. 이영도의 단편들을 좋아한다면 취향에 맞을 책이다.

리얼 페이스 (★★★★✩)

얼굴 성형을 주된 주제로 다루는 메디컬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히이라기라는 천재 성형외과 의사를 다루는 작품인데, 간호사의 시점에서 다루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페이스 오프>와 같은 얼굴 교체물을 다룬 작품으로, 비슷한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진범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위험한 장난감 (★★★★✩)

현직 의사가 쓴 메디컬 미스터리로, 코드 블루를 비롯한 각종 응급실 상황과 의사 및 수간호사와의 알력, 인턴 의사의 고충 등 비교적 현실적인 내용들이 잘 반영된 소설이다. 다만 진범의 정체와 동기가 영 설득력이 없다는 점과 다소 찝찝한 결말이 아쉬운 부분이다. 현실감 있는 의료 미스터리를 읽어보기 원한다면 추천한다.

디 에센셜 (★★★★✩)

노벨상 수상 작가답게 문장의 표현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문체는 독자를 압도하게 만든다. 장편 소설 <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희랍어 강사가, 희랍어라는 복잡한 옛 언어를 가르치고 배워가면서 교감해나가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트라우마와 극복, 상처와 교감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 마지막에 여자가 말을 되찾으려는 장면을 통해 어느정도 희망적인 끝맺음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식주의자>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다소 어렵고 우울한 한강의 소설은 내 취향에 잘 맞지는 않는 편이었다. 특히 <희랍어 시간>의 경우, 시간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지 않아서 누가 화자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간결한 문체를 좋아하는 내게 풍부한 한강의 문체가 잘 맞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한강의 진가는 단편 산문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이야기의 근원은 사실 이런 가족들과의 작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가족들에 얽힌 과거의 이야기를 짜임새있게 차분한 톤으로 조근조근 풀어나가는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7번째 여름이 남긴 기적 (★★★★✩)

타임슬립 SF물이다. 주인공은 수십년 전의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과거 살인사건의 희생자였던 제시카 슈타인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하루씩 체험하게 된다. 이런 SF를 많이 읽어온 독자라면 특별한 반전이 없는 다소 평범한 타임슬립물이라고 느낄법하다. 초중반부의 전개가 늘어지는 점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을만한 SF이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께요 (★★★✩✩)

SF 앤솔로지 모음집이다. 꽤 알려진 작가진임에도 단편들의 완성도가 다소 들쭉날쭉한 점이 아쉬웠다. 표제작이기도 한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께요>는 “감정 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이 작품과 <수브다니>를 제외하면 크게 인상에 남은 작품은 없었다. SF 팬이라면 한 번은 읽어봐도 괜찮으리라고 본다.

인면창 탐정 (★★★★✩)

유산 분쟁 해결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소설로, 그의 등에 난 커다란 상처인 “인면창” 과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다. 진범의 정체나 구성은 사실 크게 새롭지는 않지만, 사건의 진행과 흐름이 흥미를 자아내는 편이어서 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투서 (★★★★✩)

군 법무관이라는 꽤나 독특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밀리터리 스파이 소설로, 마지막의 반전이 꽤 인상적이었다. 대사가 다소 과장된 연극톤이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내용의 흐름과 반전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추천!

누굴 죽였을까 (★★★★★)

믿고 읽는 정해연 작가의 신작이다. 어떤 비밀을 간직한 고등학교 3인방이 차례차례 생명의 위협에 처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범인의 정체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어서 범인의 정체가 큰 반전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사건의 연속이 인상적인 스릴러이다. 긴장감있는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꿀벌의 예언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원조 국밥집을 연상케 한다. <타나토스>에서 보여진 전생과 윤회 전생의 설정과 구성, 그리고 익숙한 캐릭터 조형의 범벅인 <꿀벌의 예언>이지만, 또 국밥이 메인인 집은 국밥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읽고 싶다면 무난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소설이라 생각한다. 다만 뒤쪽 부분은 지나치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마지막 증명 (★★★★✩)

웜홀 재앙과 시간 여행이라는 큰 사건 속에, 두 여자의 엇갈린 운명과 감정을 이메일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낸 소설이다. 이메일이라는 단방향적인 소재를 통해, 이제는 상대방을 만날 수 없지만 뒤늦게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나가는 심정을 풀어나가는 흐름이 괜찮았던 SF 소설로, 소설 전반에 서린 씁쓸한 느낌이 좋았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처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공포 소설이다. 긴키 지방의 한 산을 중심으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각종 인터뷰와 기사들을 통해 이 산에 대한 비밀을 조금씩 풀어나가면서 독자의 스멀스멀한 공포감을 자극시키는 솜씨가 대단하다. 미쓰다 신조의 공포 소설을 좋아한다면 취향에 무척 잘 맞으리라 생각한다. 영화로도 최근에 개봉했다.

복수의 협주곡 (★★★★✩)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는 어렸을 때 잔혹한 유아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인물이다. 이런 배경 설정을 가진 주인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직원 요코가 어느날 협박 사건에 휘말리고, 관련자가 살해당하면서 감옥에 가게 된다. 그러자 미코시바가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나선다는 독특한 설정의 추리 소설이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독특한 케미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과거의 사건이 다소 맥거핀처럼 처리된 점이 조금 아쉬웠는데, 후속작에서 진상이 드러날지 궁금하다.

로맨스 도파민 (★★★★✩)

SF 단편선 모음집이다. 식인귀와의 로맨스를 다루는 첫 작품을 꽤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 작품은 외계인에 의한 남성 임신(?)을 다루는데, 요즘 시대에 무슨 의미의 작품인지까지는 이해하겠지만, 내용이 다소 교조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흥미있게 읽을만한 생각은 들지 않아서 중도 하차했다.

욘 포세 <3부작> (★★★✩✩)

마침표가 없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소설이다. 즉 전체가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쉼표와 행바꿈이 일종의 마침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반 글과 큰 차이점은 없다. <3부작>은 젊은 “이솔레”와 “이르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만남, 도망, 출산, 죽음, 그리고 회고라는 큰 구조를 통해 젋고 가난한 청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들의 의사결정이 대부분 수동적이었다는 점에서 크게 감정이입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즉 슬프기는 하지만 내 이야기 같지는 않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등장 인물들의 심리나 결정 등이 쉽게 읽히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말하고 싶은 비밀 (★★★★✩)

고등학교 방송부원으로 활동하던 여고생 구로다 노조미는 어느날 “좋아해”라는 말이 적힌 짤막한 러브레터를 받게 된다. 자신이 수신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장면이 꽤 흥미를 자아낸다. 노조미는 답장을 통해 에둘러 거절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교환 일기 비슷한 형식으로 문답을 주고 받게 되면서 연애의 감정이 서서히 싹트게 된다. 오해물 + 성장물 + 청춘 연애소설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가벼운 틴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말하고 싶은 비밀 Vol. 2 (★★★✩✩)

앞의 책과 비슷한 책이고, 전에 나왔던 등장인물 “에리노”가 이번에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만 다르지 1편과 똑같은 교환일기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인데, 자가복제적 구성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졌고, 주인공들이 왜 서로를 좋아하는건지 공감하기가 힘들어서 첫번째 책보다는 재미가 덜했다.

에세이, 인문

헌책방 기담 수집가 (★★★★★)

“이상한 나라의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미스터리와 감동이 담긴 실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책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는 것을 조건으로 책을 찾아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수집한 생생한 스토리와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꼬마 니콜라>를 배경으로 한 꼬마들의 러브 스토리였다. “책이 사람을 만나고, 책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교가 된다”는 점을 잘 드러낸 에세이집으로,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꼭 추천한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 두 번째 상자 (★★★★★)

<헌책방 기담 수집가>의 두 번째 책으로, 헌책방에 방문한 손님들의 책 사연을 에피소드 이야기 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고객들의 이야기들에 어느정도 살을 덧붙인 것이 아닐까 싶다. 즉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기담 문학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실제로 책들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교로 등장한다는 점인데, 그 점이 이야기를 재미있고 한층 더 두텁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

그림책으로 된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이다. 원래 가기 힘든 곳이었는데, 전쟁으로 이제 더더욱 가기 힘든 곳이 된 러시아 여행기라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확실히 타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다만 러시아를 여행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중간에 나온 술취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보니 여자들이 여행하기에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유럽도시기행 1,2 (★★★★✩)

유시민의 글은 꼭 필요한 단어를 꼭 있어야 할 장소에 배치하는 간결함과 생동감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좋은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유럽 여행기와 서양 역사가 섞여 있는 책으로서, 가볍게 읽기에도 진지하게 읽기에도 괜찮은 인문학 책이다.

결국 독서력이다 (★★★★✩)

독서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책으로, 의외로 내 독서 방식과 겹치는 점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는 책으로 먼저 읽기 시작해라, 필요하면 책도 건너뛰어라 등등 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할 수 있었지만, “필요에 의해서” 독서를 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나는 독서를 취미로 접근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쇄 찍는 법 (★★★★✩)

대부분의 책은 증쇄 없이 초판으로 절판된다. 이 책은 편집자 / 기획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증쇄를 찍어낼 수 있을만큼 성공적인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실용적인 책이다. 책에서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와 같은 제목을 예로 들며, 책의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의 전체를 브랜딩하고 기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많은 경우 저자가 직접 원고를 만들어서 들고 가는데, 이렇게 직접 만든 원고를 들고가기보다는 편집자와 저자가 직접 협의해서 책을 구성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제대로 된 출판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보통 번역된 단편 에세이들은 문화와 문장의 차이 때문에 잘 와닿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마치 한국 작가가 쓴 것처럼 잘 읽히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간결하고 짜임새있게 풀어나가며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는 흐름이 좋은 편이었다.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청년 안톤의 이야기, 아버지의 비리로 친구가 전학가게 되었을 때 나서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 그리고 로댕(!)을 실제로 만나러 가서 그가 몰입하며 작업하는 것을 바라보며 느낀 점들을 나누는 이야기 등을 읽으며 저자의 감상을 나누는 글의 흐름이 좋았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기업의 젊은 CFO로 일하다가 갑작스레 그만두고 승려가 되기로 결정한 인생 여정이 꽤 독특하게 다가온 책이다. 내 생각에는 번아웃이 원인이 아닐까 싶은데, 18년 동안 승려 생활을 하게 된 것은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는 책의 중간에 등장하는데, 아잔(스승)이 마법의 주문이라면서 제자들에게 알려준 말이다. 짧지만 무척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인상깊게 읽은 책이었다.

퇴고의 힘 : 그 초고는 쓰레기다 (★★★★★)

글쓰기의 가장 핵심은 퇴고다. 스티븐 킹의 경우에는 100번이 넘는 퇴고를 거쳤다고도 한다. 이 책에서는 퇴고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무척 훌륭하다. 즉 책을 한 번 써서 초고가 완성된 뒤, 퇴고를 통해 완전히 다시 쓰게 되는데, 그 과정을 통해 글이 압축되고 녹아들어가며, 저자 본인도 “변해간다”는 통찰이 마음에 와 닿았다. 즉 글쓰기는 글과 저자가 함께 변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

문과가 본 이과 과학 공부라는 점에서 독특했던 책이다. 유시민의 과거 책들과는 살짝 결을 달리하는 편인데, 훌륭한 문장력으로 담은 문과의 자기 성찰이라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인문학도가 보았을 때 문과는 여러가지 주장들은 난무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쉽게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유시민 본인이 아쉬워했듯, 주장만 있고 틀림을 인정하지 않는 “답답한 바보들”이 너무 많다는 문과의 겸손한 자기고백이 마음에 와 닿았다. 반면 이과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결국에는 명확하게 나뉜다는 통찰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최재천 교수가 시도했던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이 어려웠지 않았나 싶다. 유시민이 책에서 이야기했듯, 연구자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들을 받아들이고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는데, 문과가 본 과학이라는 독특한 관점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5급 공무원 사무관으로 일하다가 수년 후 회의를 느끼고 그만둔 저자의 경력이 이색적이어서 읽은 책이다. 일반인은 접하기 힘든 내용인 고위 공무원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무엇이 공무원 조직에서 “가짜 노동”을 만들고 무엇이 비효율을 만드는지 절절히 알 수 있었던 훌륭한 책이다. 그리고 저자가 왜 일을 그만두는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고민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도 개인의 비전과 성취를 가로막는 조직 구조 자체의 문제가 크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나도 성과 승진이 연공 서열보다 꼭 우열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조직에는 그 조직에 맞는 인재 운영 철학이 있는 것이고, 안정적인 직업이 주는 장점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안정성의 그물은 좀 더 위험도가 높은 혁신을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해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 조직의 문제와 개선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지리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

열대 지방에 있는 나라들을 탐방하며, 같은 지방에 속해 있더라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사회

신뢰의 과학 (★★★★✩)

어떻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게 되는지, 그리고 잘못과 용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흥미롭게 읽었다. 한 유명 명품 브랜드가 어떻게 신뢰를 잃어서 중국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는지, 그리고 도덕성 기반의 잘못인 경우에는 왜 사과가 큰 효력이 없지만 역량 기반의 잘못인 경우에는 사과가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 등등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신뢰를 사회과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 (★★★★✩)

이 책은 민주주의의 한계를 다루는 책으로, 왜 민주주의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지를 다루는 책이다. 개인적인 해석을 더하자면, 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좌우되는 동물이며, 집단이 개인보다 생존에 더 유리하고, 집단의 결정에 순응하고 합리화하는 강한 사회심리학적 방향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정치의 어려움에 대한 고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

보석, 그 중에서도 쥬얼리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마케팅, 블러드 다이아몬드, 진주 양식으로 인한 진주의 대중화 등등 흥미로운 읽을 거리가 많은 책이다.

썰의 흑역사 : 인간은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

시대가 시대인지라, 정치적인 책들은 무겁게 읽히게 마련이다. 다행이 이 책은 저자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위트있게 쓰여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음모론(conspiracy)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각종 매체에서 악의 근원(?) 처럼 묘사되는 “일루미나티”가 어떻게 거대한 음모론의 근원이 되었는지 탐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가깝게는 백신도 음모론의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음모론은 사실 인류 진화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단편적인 개개의 사실들을 모아서 하나의 서사로 만드는 능력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외로 음모론으로 시작했지만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점이 인류사에서 이러한 음모론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음모론이 사회에서 횡행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특정한 사람들이 더 합리적이고 덜 합리적이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얼마나 공포에 민감한지, 사람들이 사회 시스템 그리고 타인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깊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롭게 읽은 책으로, 음모론이 왜 탄생하는지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재미란 무엇인가 (★★★★✩)

“재미있다”고 할 때 “재미”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이 책은 “재미”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간 책으로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미란 무엇인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책이다. 책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책 전체에 조금 더 서사와 스토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큰 주제가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가짜 노동 (★★★★✩)

모든 사람들이 회사에서 능률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지런하지만 사실 아무런 의미없는, 자리만 보전하고 바쁘게만 보이게 만드는 일이 존재한다. 책에서는 이를 “가짜 노동”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일들이 가짜 노동인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탐구하는 책이다. 다소 아쉬운점은, 개별의 사례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느꼈고, 가짜 노동을 넘어선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실패한 연구, 혹은 투자에 대해서도 가짜 노동이라고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진짜 노동 (★★★★✩)

전작 <가짜 노동>에 이어, 어떻게 해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책에서 실제 사례로 든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요약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고백한 한 직원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다. 책이 쓰여질 당시에는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각종 AI 도구들이 발달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런 도구들이 진짜 노동의 실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 국회의원에 당첨되셨습니다 (★★★★★)

국회의원을 욕하기는 쉽다. 지역구와 다음 선거에만 관심이 있는 의원들, 소신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따라 내려지는 결정들, 잊을만하면 터지는 정치자금 스캔들, 그리고 헐뜯고 싸우고 투쟁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고자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시스템의 결함을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해서 해결하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여당과 야당의 끝없는 싸움은, 우리가 나쁜 사람들을 뽑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치 체계가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현행 선거제도가 가진 수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배심원제와 유사한 추첨식 의원직에 대해 논의한다. 선거가 아니라 추첨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에 의존한 의원제가 가지는 많은 문제들, 즉 선거 자금이나 이해 관계의 충돌 등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현행 국회의원들 역시 입법사무관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문적인 법률에 대해서는 전문 사무관의 도움을 얻어서 작성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제안으로,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확대하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지방 의회에서 작게 도입하여 효과를 검증해보며 개선해본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 시스템의 개선과 대안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이 올바로 반영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제목 그대로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다. 이 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과거 정부들에 대한 공과 과를 뒤돌아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시점에서 왜 그런 투표를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문제 제기와 분석은 있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기본 소득 등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혹은 속해 있다고 여겨지는 집단의 생존을 다른 집단보다 우선시하는 인간 본성상 특별히 더 나은 결정이 내려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돼지 복지 (★★★★★)

우리나라에서도 동물 복지가 본격적인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이 책은 특별히 돼지 농장의 복지에 대해 다룬다. 저자가 수의학과 학생 시절 견학한 돼지 농장의 비참한 실태의 묘사가 꽤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핀란드에 유학까지 가게 된 계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돼지 농장에서 돼지를 잘 대해주자”는 구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돼지 농장이 산란장, 육성장 등으로 어떻게 구분되어 있는지, 슬러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슬랫 구조가 어떤 문제를 가져오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구조적으로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새끼 돼지가 압사당하는 등등),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기구들이 왜 복지에 반하게 되는지, 그렇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도 돼지가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자라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있을지 다양한 고민들과 연구 결과들을 공유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책을 통해서 나도 장기적으로 이런 동물 복지에 더욱 많은 자원을 쏟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동물 복지와 개선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 (★★★★✩)

배민이나 쿠팡, 카카오 대리운전과 같은 이른바 플랫폼 노동을 직접적으로 다룬 체험기이다. 현장 밀착 취재기에 가까운 책인데, 저자가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무척 현실적인 글들을 조리있게 잘 구성했다. 중간중간 인공지능과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들도 다룬다. 배민 라이더를 하며 살이 쭉쭉 빠진다는 이야기와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라이더들의 사고 소식들이 가슴에 와 닿았고, 이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긱(gig) 노동의 현장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페이크와 팩트 (★★★★✩)

이 책을 읽다보니 스티븐 핑커의 “Rationality: What it is, why it seems scarce, why it matters”와 톰 필립스의 <진실의 흑역사>가 떠올랐다.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읽는 경우에는 어느 책을 먼저 읽었느냐에 따라 인상이 좌우되는데, 저 두 책과도 중복 되는 부분들이 상당 부분 있었다. 특히 가짜 뉴스에 대한 파트 (과장된 제약 광고와 Snake oil 사례들)은 <진실의 흑역사>에서도 다루었고, 삼단논법을 비롯한 수리논리학과 베이지안 확률론 파트는 에서도 위트있게 다루었던 분야인지라 <페이크와 팩트>에서 새로운 내용을 다루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다만 이러한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한 점이 훌륭했고, 백신 반대론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MBTI 심리학과 같은 사례들을 심층적으로 다룬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탄생하는가, 어떤 해악을 끼치는가, 왜 나쁜가에 대해서 백신, 기후, 정치를 비롯한 많은 분야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의 큰 주제와 결론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갔었으면 하는 아쉬웠던 부분들을 공유해본다.

첫째는 사람들이 왜 가짜뉴스를 믿느냐이다. 책에서는 가짜 뉴스가 왜 좋지 않은지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통해 설명하고 있지만, 왜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지에 대해서는 부족하게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당신은 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나는 이 대사가 <올드 보이>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가짜 뉴스와 합리성에 대한 질문도 이에 대한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왜 가짜 뉴스를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진짜 뉴스를 믿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아니, 사람들이 “뉴스”를 어떻게 믿게 되느냐,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어떻게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느냐, 그 과정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느냐는 점이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뉴스”를 믿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과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산에 호랑이가 산다”는 정보는 개인과 집단의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옆동네의 누군가가 호랑이에 물려 죽었다고 하더라”라고 하면 더욱 신빙성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자세한 세부사항과 서사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완성되면서 우리는 이를 간접체험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지난달 밤에 옆집 순이네 아버지가 산에 올라갔다가 호랑이 같은 것을 보았대. 그런데 일주일 후에 철이네 아버지가 산에 올라갔다가 실종되었다더라. 핏자국이 남은 옷가지가 옆에 발견되었는데, 아무래도 호랑이 같더래.” 과거로부터 사람들이 이러한 뉴스를 믿어왔던 이유는, 이러한 정보가 개인과 집단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단의 의견 —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고의 이야기를 한다면 — 더욱 더 신빙성은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합리적인 논증과 추론보다는, 사람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일화적이고 생생한 사건들을 더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초창기의 인류가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그 정도로도 — 책에서는 휴리스틱이라고 뭉뚱그러서 설명하지만 —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정보가 가짜냐 아니냐보다는, 얼마나 생생하게 들리는가, 내가 조심해야 할 나쁜 뉴스인가 아닌가의 여부만으로도 생존을 위한 결정에 충분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가짜 뉴스와 가짜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사실”을 반증으로 들이미는 것이 왜 효과적이지 않은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두뇌는 그렇게 발달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지만,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을 높인 것은 수없이 많은 과학자들의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로라”의 설득력 있는 이야기와 호소가 더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사람의 휴리스틱이 오답을 내놓는 이야기로 야구공 문제를 들고 있다. 야구 배트가 야구공보다 100불이 비싸다고 하고, 둘을 합쳐 110불을 지불했다면, 야구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하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10불이라는 오답을 낸다. 책에서는 이 사례를 인간의 휴리스틱이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과점에서 본다면 총 지불한 110 가운데에서 5불 정도의 차이이니, 정답인 5불에서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몬티 홀 문제”도, 사실 우리의 직관에는 어긋나는 답이지만, 휴리스틱을 사용해서 “바뀐 문을 고르든 말든 큰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내려도, 16.5% 정도의 기대값밖에는 잃지 않는다. 즉 우리 일상생활의 의사결정에서는 휴리스틱으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훌륭한 답을 내는 경우가 충분히 많다. 머리 쓰는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휴리스틱 혹은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는 의사결정도 개개인에게 나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 뉴스를 믿는 것을 지능의 문제로 퉁치기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존 및 사회적 교류와 같은 다른 종류의 문제에 최적화된 인간의 두뇌로, 진실 거짓을 심도있게 판별하면서 개인 및 집단에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은 가장 적은 에너지가 드는 결론 — 뭔가 시끌시끌하면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의심한다, 위험이 있어 보인다면 일단 피한다 — 을 내리게 되고, 여기에 사회 심리학적 요인들과 집단 정체성이 결합되면서 기후 부정론과 백신 자폐론과 같은 소식들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둘째는 과학이 과연 어디까지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나는 백신의 효용성도, 기후의 변화도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과학은 유동적이고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4세기에 태어났다면,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생각 자체가 믿을 수 없는 가설이었을 것이고, 18세기에 태어났다면 중력 때문에 시간이 느려진다는 생각 자체를 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과학적 사실은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과학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크레이지 호르몬>이라는 책을 보면 흥미로운 사례가 나온다. 1950년대에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간 성장 호르몬(hCG)을 죽은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채취하여 주사하는 것이 하나의 치료법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 치료를 받았고, 대부분의 의사들도 동물이 아닌 인간의 뇌에서 나온 것이니 안전하다는 식으로 홍보를 했었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은 20년이나 지난 후였다. 오염된 뇌하수체에서 비롯된 변성 프리온 성분 때문에 일부 환자들이 인간 크로이츠펠츠-야콥병 (일명 광우병)에 걸리게 된 것이다. 뒤늦게서야 직접 hCG를 채취해서 주사하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이후였다. 그때는 hCG 주사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안전한 것으로 믿어졌지만, 언제든지 반증 사례가 나오면 뒤집힐 수 있는 것이 과학이라는 점에서 교훈을 남긴다. 여기에서 hCG를 백신으로, 광우병을 자폐증으로 치환한다면 바로 그것이 백신 반대론자들의 우려일 것이다.

책에서는 과학이냐 아니냐의 가장 중요한 경계선을 “재현 가능성”에 두고 있다. 즉 예언과 과학의 가장 큰 차이점이, 다른 누가 해도 재현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과학계에 대해 깊은 우려도 금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명 p-hacking 이라고도 알려진 일종의 체리 피킹 때문에 과학의 재현성 위기가 요즘처럼 커진때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과학 논문은 실험의 신뢰성을 측정하기 위한 귀무가설 유효 검정값(일명 p-value)의 경계값으로 0.05를 사용한다. 논문을 내려면 실험 결과의 p-value가 0.05보다는 적은 값이 나와야 신뢰할 수 있다는 일종의 문턱값이다. 그러다보니 p-hacking이라는 것이 생겼다. 즉 이 값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여러번의 실험을 돌려서 그중에서 p-value가 0.05이하의 값이 나오는 실험만 선별적으로 체리피킹한 것이다. 그러면 논문을 제출할 수 있고, 연구비도 받을 수 있고, 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실험은 다시 실험하면 재현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애초에 선별한 값이었으니 통계적으로 유의한 값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요즘 말하는 과학계의 재현 가능성의 위기이다. 이러한 문제들도 과학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의 방법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한 개개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 과학에서 오는 신뢰성의 무게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 과학자들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신뢰성이 높지 않을 때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는 하나의 정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셋째로는 사람들의 통제 욕구가 있다. 과학과 일부 대중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두 가지 사례 중에는 유전자 변형 식물(GMO)과 백신이 있다. GMO는 인체에 문제 없이 섭취해도 된다는 것이 “현재의” 과학계의 결론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 역시도 GMO 식품을 먹는다면 “왠지 꺼려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어떤 유전자 조작이 가해졌는지 개개인이 모두 알 수도 없을뿐더러, 몬산토와 같은 초거대 다국적 식품 회사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이러한 신뢰성 문제도 있지만, 또다른 하나는 “이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거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즉 GMO 먹을래 아닐래라는 선택지가 주어지고, GMO식품을 먹는것에서 큰 이점이 없다면 당연히 GMO 식품을 먹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비슷한 경우도 백신이라고 본다. 일부 사람들의 MMR백신 거부는,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백신이 자폐 혹은 기타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소문이 있고, 본인이 백신 접종을 선택할 수 있고, 백신을 맞지 않는다고 해서 천연두처럼 죽지는 않는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안 맞는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내가 “안 먹는다” 혹은 “안 맞는다”고 선택할 수 있는 통제권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큰 안도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왜 사람들이 암에 걸렸을 때 각종 대체 요법을 찾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해보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점들이 왜 가짜 뉴스를 없애기가 그토록 어려운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두뇌는 다른 종류의 문제를 풀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직시하는 것이, 진실과 거짓의 미로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가짜 뉴스는 인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 왔다. 가짜 뉴스는 인류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있어왔고, 아마 미래에도 없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이 가짜냐 아니냐를 놓고 왜 가짜를 믿느냐고 질문하는 것은, 당연히 합리적인 질문이지만,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을때도 많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짜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때도 있기 떄문이다. 종교도 대표적인 예이다. 종교는 “가짜 뉴스”일까?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를 믿게 만드는 이유일까? 무엇이 믿음을 만들고 왜 그 믿음이 중요한 것이 되어 왔던 것일까? 그것이 인류의 생존에 도움이 되어 왔기 때문이라면, 미래의 장기적인 생존을 놓고 보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지켜나가야 하고, 무엇을 뒤돌아봐야 하며, 무엇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이 내가 <페이크와 팩트>를 읽고 느꼈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책의 부제목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에 대한 나의 대답이기도 하다. 인류는 합리적이었던 적이 없었고, 그렇다고 그 사실이 인류를 멍청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며, 인류의 두뇌는 개인과 집단의 생존이라는 전혀 다른 문제를 풀기 위해 발전되어 왔고, 진실과 거짓을 가리기 힘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사회적 감정과 집단 정체성이라는 준거 틀에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류가 합리적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까지는 아니다. 인류의 합리성으로 얻은 정수, 과학과 지식과 사회 시스템을 인류 모두의 생존이라는 목표와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앞으로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판결문을 낭독하겠습니다 (★★★★✩)

이 책은 판사가 직접 집필한 책이다. 법원에서 판사와 검사가 어떤 일을 하고 차이는 무엇인지,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은 무엇이 다른지 등등 법원 바깥의 일반 시민들에게 사법 시스템을 알려주는 책이다. 중간에 지엽적인 사례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배석판사와 부장판사의 차이, “판사 청탁”과 같은 사례들, 그리고 일선 판사가 매일 처리하는 업무들과 어려움 등등 판사 생활을 실제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얻게 되었는데, 먼저 대부분의 판결은 주로 “모호한 것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즉 증거가 명백한 판결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판결은 부족한 정보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는 점에서, 모든 판사들의 판단이 똑같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서는 동일하지만, 판사들이 그 모호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판사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꽤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즉 시스템상 분명히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AI 시대의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퀴의 이동 (★★★★✩)

이 책은 승객 교통 전반을 아우르는 “모빌리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이를 위해 Rivian, 자율주행, 도시 건설망, 두바이, LA, 헬싱키 등등 여러 기업들과 도시들의 기술 사례를 언급하며 미래의 모빌리티가 어떻게 바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다만 저자가 놓인 것이 하나 있는데, 서울을 빠트렸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종단간 네비게이션”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네이버 지도 등으로 각종 지하철과 버스를 거쳐가며 종단간 안내를 해주는 서비스가 이미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서비스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아마도 몰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서는 구독형 자동차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즉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내가 원하는 차를 바꿔서 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가능할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심리적인 장벽과 경제성의 이유 때문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다만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다가, 필요할 때만 SUV를 불러서 운전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5 트렌드 노트 (★★★★✩)

모녀여행, 과몰입, 요리 잘하는 아빠, 1인 가구, 러닝 크루 등등 요즘의 트렌드를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으로, 왜 그러한 트렌드들이 생기게 되었는지 그 기저 심리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환승 연애와 같은 연애 프로그램들이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과몰입과 연계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정량화된 분석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어떠한 감정선과 근거를 따라서 이런 트렌드가 등장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꽤 깊이가 있었다고 느꼈다. 2025년 트렌드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 이러스, 투자 버블, 가짜 뉴스-왜 퍼져나가고 언제 멈출까? (★★★✩✩)

제목과 부제에 책의 모든 내용이 다 포함된 책이다. <티핑 포인트>와 유사한 네트워크 전염에 대해 비슷한 책들을 많이 읽어왔어서 사실 이 책의 내용이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

긴즈버그 (다들 RBG라고 부르기에 나도 RBG라고 부르겠다)는 워낙 유명한 대법관이었기에 한국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판결 가운데 하나는 장애인 접근성을 강화하는 판결이었다. 이 책은 RBG 의 대표 판결들과 그 의의를 다루는 책이다. 다만 책의 내용이 딱딱하고, 판결을 해설하기보다는 원문을 직접 인용하다보니 이해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다. 또한 현재의 미국 대법원이 역행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다소 의미가 퇴색하는 점이 아쉽기도 하다.

골목의 약탈자들 (★★★★★)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숫자만큼이나 폐업율은 높기만 하다. 그 빈틈을 노린 “자영업 컨설팅”이라는 상어들이 있다. 권리금을 담보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서 사기에 가까운 매장 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업계인데, 이 책은 한겨레 기자인 저자가 직접 자영업 컨설팅 업계에 잠입 취재해서 그 민낯을 폭로하는 책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돈이 없는 누군가를 노려서 돈을 버는 상어들이 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던 책으로, 자영업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의 능력주의를 다룬 책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엘리트 세습>(Meritocracy Trap)과 같은 책이 서구의 엘리트주의, 능력주의, 그리고 번아웃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책이라면, 이 책은 한국만의 독특한 능력주의의 역사를 파고드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서양과는 다르게 한국에만 있었던 독특한 “과거 제도”를 이야기하며, 이것이 한국적 능력주의의 큰 틀을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것이 사법고시, 수능시험을 비롯한 “시험주의”로도 이어져 내려왔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능력주의는 “공정(fairness)”을 추구하면서도, “불평등(inequality)”을 긍정한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즉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참지 못하며, 승자 독식은 참아도, 기여 입학과 같은 치팅 행위는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리한 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법시험의 부활을 찬성하는 사람이 70%에 이른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시험과 능력, 그리고 성공이 시대를 내려오는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점이 서구의 능력주의와 가장 큰 정서상의 차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한국은 계급을 긍정하고 내면화한 계급사회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의 능력주의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불공정하지는 않으니까. 책에서는 이에 대해 핵심적인 통찰을 내어놓는데, 그것은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점이다. 즉 능력주의가 가져오는 결과의 불평등은, 또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회성 불평등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것이 바로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되어가고,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들고, 엘리트의 집안에서 엘리트가 나오는 구조가 고착되어가는 원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훌륭한 책으로, 북클럽 등에서 다루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직 도시 (★★★★✩)

이 책은 군산을 다룬다. 특히 군산 GM 공장, 그리고 그곳에서 일했던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꽤 무거운 주제임에도, 서글프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조망하듯 담담하게 설명한 점이 좋았다. 취재기 혹은 르포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책으로, 실업과 비정규직, 그리고 한국 지방 도시의 흥망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

유행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획자에 의해 주의깊게 만들어지고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성수동과 같이 “뜨는 곳”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드는지 여러 기획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짚어낸 책이다. 이런 뜨는 곳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분에게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연결된 고통 (★★★★✩)

이 책은 외노자를 위한 무료 병원에서 6년간 공공보건의로 근무했던 저자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일반 환자와는 달리, 외노자의 경우 개인의 서사, 재정적 문제, 그리고 언어 장벽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장애라는 측면에서 참 어려움이 많구나 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암을 진단받은 한 외국인이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일화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즉 질병을 자신의 삶속에서 저질러왔던 실수들에 대한 형벌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사가 단순히 질병만 치료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서사까지 고려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었다. 이삿짐을 나르면서 가끔 기절하는 증상을 보이는 외국인의 진료를 위해 여러가지 진단과 방향으로 근본 원인을 알아낸 장면은 꽤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단순히 진단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 한 차원 더 나아간 “연결된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더티 워크 (★★★★✩)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특정 직업은 다른 직업들에 비해 더 기피되고는 한다. 이 책에서는 간수들, 드론 조종사, 석유 시추선 노동자들과 같은 이른바 “더러운 직업” 사례들을 다루며,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이들이 어떻게 하다가 이러한 직업에 몰리게 되었는지 설명힌다. 특히 책의 초반에 나오는 간수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파트는 꽤 인상적이었고, 특히 플로리다의 사회 교정 시설 예산 감축과 민영화가 어떤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생생히 알 수 있었다. 다만 실리콘밸리 노동자를 다른 파트는 아무래도 다른 직업들에 비해 크게 공감되지 않았다.

정치적 올바름 : 한국의 문화 전쟁 (★★★✩✩)

언급하면 지뢰밭이 되기 일쑤인 정치적 올바름을 다룬 강준만의 책이다. 큰 틀에서는 동의하는 책이다. 정치적 올바름 자체는 합당한 주장으로,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핵심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우월한 내가 덜 우월한 너에게 가르쳐주겠다는 접근방식은, 그것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치적 사회적으로 효과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책의 끝부분에서 언급한 진보 정부에 대한 평론이 거슬렸는데, 책의 내용과 맞지 않는 저자 개인의 생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문제 나열에서만 그치고,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과유 불급”과 같은 수준 낮은 해결책만 제시한다는 점이다.

심리

욕망하는 여자 (★★★★✩)

여성의 성적 욕망을 주제로 한 심리학 연구서다. 역사적으로 여성을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다루어온 사회 문화적 관습에 맞서, 여성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욕망을 다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여성의 강압적 성관계에 대한 성적 판타지와 관련된 민감한 주제들을 학술적 엄밀성을 잃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탐구한 점이 돋보인다. 성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깊이 있게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게으르다는 착각 : 우리는 왜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 (★★★★✩)

많은 이들이 ‘게으르다’는 낙인을 피하고자 스스로를 지나치게 혹사하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 집단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게으름에 대한 공포’로 인한 과잉 각성(hyperactivation) 상태는 장기적으로 신체와 정신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게으름에 대한 오해와 그 이면의 사례들을 다룬다. ‘게으르다’고 평가받는 이들 대부분이 사실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으름’은 실재하지 않는 개념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게으름도 용인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인간의 ‘희노애락’이 사실은 맥락에 따라 학습되고 구성된 결과물이라는 주장이 무척 흥미로웠다. 즉 감정은 학습된 기술이라는 점이다. 요즘 감정이 진화의 산물로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을 통해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재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정동(affect)’이라는 용어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심리학적 의미를 이해하며 읽으니 더 흥미로웠다.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사회심리학 (★★★✩✩)

제목만큼 흥미롭지는 않다. 사회심리학의 다양한 주제를 넓게 다루고 있지만 깊이가 너무 얕은 점이 아쉽고, 밀그램의 복종 실험 같은 고전적인 사례만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에서 그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집단 심리학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었으나, 아직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BTS 덕분에 시작하는 청소년 심리학 수업 (★★★✩✩)

선생님의 입장에서 살펴본 BTS의 가사이다. 개인적으로 BTS의 가사는 자신을 세계의 중심에 두면서 스스로를 아낀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리해서 모든 심리학의 이론과 끼워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책에서 예로 드는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은 현대 심리학에서는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는 주먹구구식 이론으로 알려져 있어서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인 듯.

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

<이야기의 탄생>에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윌 스토의 작품이어서 읽어봤는데, 역시 주제와 구성이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모든 사람은 높은 지위를 갈망하는 생물학적 본성이 있다. 집단이 개인보다 훨씬 생존에 유리하기에 인간은 집단을 이루는 사회적 동물이 되었다. 하지만 집단 내에서의 각 개인의 생존은 지위에 크게 좌우된다. 족장이 노예보다는 훨씬 생존에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지위를 갈망하는지, 그리고 왜 서로를 헐뜯게 되는지 이야기한다. 인터넷 상의 각종 싸움과 트롤링의 본질도 남을 깎아내리면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우월감에서 오는 지위 때문이고, 이것은 곧 사이비 종교에서 신자들에게 부추기는 지위 싸움과도 같은 맥락임을 책은 지적하고 있다. 유태인과 이민자로부터 “독일을 되찾자”는 구호로 부상한 히틀러의 등장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사람들은 지위를 원한다. 연봉 인상이냐 아니면 동일한 연봉이지만 승진을 원하느냐를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은 승진을 택한다. 지위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그 이유일 텐데, 그것은 높은 지위가 장기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다는 감정이 DNA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위 게임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책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누구나 마지막까지 지위 게임에서 승리하거나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사장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보디 중요한 것은, 책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느냐가 아닐까 싶다. 분류상으로는 인문학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심리학에 가까운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꽤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와일드후드 (★★★★★)

인간의 청소년기는 모험과 실수, 실패와 어리석음으로 점철되어 있다. 또래 집단 내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착취자에게 약탈당하고, 위험한 장난에 빠지고, 불필요한 싸움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수많은 동물들의 청소년기에도 똑같은 행동이 발견된다. 청소년 해달들이 상어로 가득한 몬터레이 바다로 모험을 떠나고, 청소년 초식동물들이 사자 앞에서 얼쩡거리며 풀을 뜯는다. 이 책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가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님을 이야기한다. 모든 동물들이 똑같이 모험과 실수를 하며 배워나간다. 그렇게 누군가 모험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며 교훈을 얻고, 언제 포식자가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은지 타이밍을 알게 되고, 부모의 보호막을 벗어나 집단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찾고 협상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게 된다. 저자는 이 시기를 “와일드후드”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시기를 이해하는 것이 청소년기를 준비하고 헤쳐나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며,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좋은 교양 과학 서적이다.

기회의 심리학 : 사소한 우연도 놓치지 않는 기회 감지력 (★★★✩✩)

이 책은 운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각도로 파고드는 책이다. 책의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깊이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운에 대한 기본 정의에는 나 역시도 동의하는데, 나는 “행운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운의 관리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교양 과학 서적을 원한다면 이 책보다는 <리스크의 과학>을 읽기를 추천한다.

역사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고고학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만한 교양 서적이다. 신라 금관을 모조품으로 전시해서 도난을 막은 일화와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고, 과거의 유물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보통 이런 책은 서양 중심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사례를 위주로 다룬 점이 좋았다. 추천!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을까 (★★★★✩)

스티커즈의 탄생과 발전에 얽힌 미시사를 다룬 책이다. 스티커즈의 역사가 고대 로마보다도 훨씬 이전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신발 역사의 3가지 중요한 발명, 캔버스 천, 고무창, 에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나이키가 에어 조단을 통해 어떻게 스니커즈 제국을 이끄는 거대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었는지 등을 흥미롭게 설명하는 책인데, 스니커즈에 얽힌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

역사상 있었던 말 그대로 각종 기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책, 죽음을 부르는 책, 너무 길어서 모터로 넘겨봐야 하는 책, 거짓말로 된 책 등등 온갖 기이한 서적들을 소개하는 책으로, 희귀도서에 관심이 많다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문구의 과학 (★★★★★)

연필,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잇, 가위, 색연필 등 각종 문구에 얽힌 과학 및 공학적 배경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떻게 연필로 종이에 글씨를 쓸 수 있는지, 왜 연필로 쓴 글씨는 지우개로 지워지는데 색연필로 쓴 글씨는 지워지지 않는지, 포스트잇은 어떻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지 등등 문구에 얽힌 과학적 지식들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인삼의 세계사 (★★★✩✩)

인삼의 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다룬 책이다. 중국삼, 일본삼, 고려삼 등 각국의 인삼 역사를 설명하며, 인삼이 어떻게 우리나라의 주요 산물이 되었고, 왜 일본이 전용 화폐인 은까지 만들어 결제할 정도로 무역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에도 인삼이 자생한다는 사실이 꽤 흥미로웠고, 사포닌의 기전이나 캐나다산 인삼과의 경쟁 구도에 대한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세부적인 묘사에 너무 치중해 일반 교양서로서의 균형감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주하는 인류 (★★★★✩)

이주는 인류의 유구한 역사다. 아프리카를 떠난 초기 인류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에 이르기까지, 이주는 인류의 DNA에 각인된 본능처럼 보인다. 이 책은 이주를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가 상당한 난관과 도전을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그런 면에서 미국 이주민인 나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다만 역사 속 다양한 이주 사례와 그 의미를 폭넓게 다루고 있으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된 주제 의식이 조금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식물학자의 식탁 (★★★★✩)

중국에서 식용, 약용, 혹은 향신료로 쓰이는 식물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가볍게 읽기 좋은 구성이며, 큰 부담 없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

종이, 철, 금 등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친 주요 소재들을 설명한다. 교양 수준에서 세계사를 이해하기에 적당하고 무난한 책이다.

지도에서 사라진 도시들 (★★★✩✩)

카르타고, 바빌론, 마추픽추처럼 역사 속 지도에서 사라진 도시들을 조명하는 책이다. 특히 성경 속 도시들을 깊이 있게 다룬 대목이 흥미롭다. 전문적인 깊이가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만하다.

한국인의 맛 (★★★✩✩)

짜장면, 돈까스 등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음식들의 역사를 다룬다. 기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신선하지만,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특히 당시 시대상을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다소 무덤덤하게 서술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독재자가 되는 법 (★★★★✩)

근대 독재자들의 탄생 과정과 그 배경을 분석한 책이다. 독재 체제는 개인 숭배와 이에 동조하는 군중 심리를 기반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잘 짚어준다. 특히 김일성 파트를 한국인의 감정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며 독재는 효율적인 통제 수단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국 리스크를 극대화한다는 위험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열광적인 지지자와 수동적인 대중의 역할을 분석한 대목은 현대 미국 사회의 단면과도 겹쳐 보였다. 여러모로 좋은 책이지만, 서술 방식이 다소 딱딱한 점이 아쉽다.

여신의 역사 (★★★✩✩)

아프로디테나 비너스 같은 고대 여신들의 탄생과 그 상징적 의미를 전쟁과 성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여신 숭배와 신전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주지만, 전반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성모 마리아가 고대 여신의 역할을 대체했다는 주장에는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본질적인 특성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 세계사 (★★★★✩)

사랑과 유혹이라는 키워드로 세계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예상보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했다. 주로 유럽사를 다루지만 중국의 사례도 포함되어 있으며, 나폴레옹 3세의 황후나 나폴레옹의 정부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많아 가볍게 읽기 좋다.

불멸의 열쇠 (★★★✩✩)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고고학에서는 종종 직관적인 느낌에 맞춰 가설을 세우곤 한다. 이 책은 초기 기독교 제의에서 환각제가 사용되었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논리 전개가 다소 빈약해 유사 과학처럼 느껴졌다. 특히 약물 복용 시 느끼는 ‘우주와의 연결감’을 주요 근거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도파민 같은 호르몬은 약물 없이도 예배나 기도를 통해 충분히 분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가설에 내용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인상이 강해 중도 하차.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

이 책은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의 혼란 속에서 히틀러 정권이 탄생한 과정을 다룬다.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의 정치적 배경 속에서 나치가 어떻게 부상했는지, 그리고 비례대표제 하에서 취약했던 바이마르 민주주의가 나치와 결탁하게 된 경위를 상세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지엽적인 묘사에 치중한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전반적으로는 수월하게 읽히는 편이다. 특히 섬뜩하게 다가온 점은 나치 정권이 시스템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불평등의 원인을 외부 집단으로 돌리고 자국민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는 주장이 득세한다면, 언제든 제2의 나치가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집단적 공포나 광기가 민중의 순수한 열망과 구별되기 어렵다는 점은 원제인 ‘민주주의의 죽음(Death of Democracy)’처럼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다소 어두운 내용이지만, 한 번쯤 읽어보며 깊이 고민해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미식가의 디테일 (★★★✩✩)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고구마와 얌의 차이처럼 음식에 관한 혼동하기 쉬운 정보들을 자세히 짚어준다. 깊이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책이다.

수도원의 탄생 (★★★★✩)

수도원의 기원을 다룬 책이다. 수도원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흔치 않은데, 이 책은 무척 상새한 내용을 다룬다는 점이 좋았다. 베네딕토회나 도미니크회 등 여러 수도회의 차이점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

가볍게 읽기 좋은 미시 세계사 책이다. 다만, 크게 기억에 남는 내용은 없는 듯하다.

재판으로 본 세계사 (★★★★★)

세계사에서 의의가 있었던 주요한 10가지 재판을 다루며, 해당 재판의 의미와 파장을 뒤돌아보는 책이다. 소크라테스 재판, 사일럼 마녀 재판, 미국 대법원의 “헌법 재판” 및 법들 사이의 우위를 결정하게 된 재판, 미란다 재판 등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재판들을 일반인의 시각에 맞추어 설명한다. 훌륭한 판결뿐 아니라 그렇지 못했던 판결까지, 판결이 가지고 온 사회적 파장, 법 이론과 해석, 그리고 적용 범위 등 고민하고 고찰해보아야 할 흥미로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법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경제

더 박스: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바꾸었는가 (★★★★★)

세계화의 이면에는 수많은 컨테이너선들로 상징되는 물류의 혁명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컨테이너”에 집중해서 세계 물류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컨테이너가 없던 시절에는 배를 통한 운송에 무척 많은 비용이 들었다. 때로는 총 비용의 40%를 넘게 차지하기도 했다. 항만 선적 및 하역 작업은 무척 비효율적이었고, 수많은 절도의 온상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통해 이를 표준화하기 시작하면서 운송 비용이 대폭 절감되게 되었다. 책에서는 컨테이너라는 표준화가 세계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가 항만 발전의 기회를 놓쳐 버렸으며, 우리나라의 부산항이 왜 이러한 컨테이너화의 대표적인 승자가 되었는지, 로스앤젤레스의 인부들이 기나긴 파업과 협상을 통해 항만 컨테이너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또한 컨테이너를 발명해낸 것은 아니지만, 컨테이너의 보급과 세계화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맬컴 맥린이라는 사람의 인생 여정도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절판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계화의 숨은 공신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꼭 구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

내가 학부생일 때 들었던 “마케팅 원론”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기업의 목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학생이 사회적 공헌이 기업의 목표에서 중요하지는 않은지 질문하자, 경영학과 교수님께서 “기업이 돈을 벌지 않으면 왜 존재하죠?” 하고 되물으셨다. 그 학생은 버벅거리다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 때 교수님의 무척 의아한듯 하면서도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당신께 있어서 기업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고, 그 이외의 다른 목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지금이라면, 한 번 논쟁을 걸어볼 법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자본주의에서 금과옥조처럼 삼아왔던,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고, 이사회는 이들의 대리인이다”라는 명제가 사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나의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미국의 파산법에 대한 해석에서 나온 것인데요, 기업을 청산할 때 가장 나중에 남은 잔여 지분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바로 주주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창안하여 주주가 가장 큰 리스크를 지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큰 책임도 지는 것이며, 따라서 이들은 기업의 주인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죽어서 장기를 기증한다고 해도 의사들이 내 주인은 아닌 것처럼, 파산법에 대한 해석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해석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잭 웰치를 선두로 한 이른바 “주주 가치론”이 부상하면서, 마치 주주만이 기업의 주인인 것처럼 해석하고, 기업은 오로지 주주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최대한 돈을 버는 것만이 지상명제가 되어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주 자본주의는, 기업의 장기 성장력을 희생시켜서 단기 수익만을 뽑아먹게 만든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책에서는 “다이너마이트로 하는 낚시”라는 참신한 비유를 들어 이를 설명하는데, 호수의 물고기를 많이 잡겠다고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버리면, 그날은 물론 물고기를 많이 잡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고기도 잡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투기 자본과 주주 자본주의가 이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무척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 글솜씨가 무척 탁월해서 쉽게 읽히는 점이 장점이다. 나 역시도 기업의 목적은 장기적인 사명과 이익 추구의 조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주 최우선주의에서 벗어나, 기업의 사명과 목적이 무엇이어야 할까 깊게 고민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제약·바이오 산업 (★★★✩✩)

최신 제약·바이오 신약 트렌드를 파악하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주식 투자자를 위한 입문서 같은 느낌이다. 다루는 범위는 적절하지만, 구성이 지나치게 문제집 같은 점이 아쉽다. 각 장마다 내용을 다시 요약하는 구성은 필요하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 (★★★★✩)

세금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고찰을 담은 책이다. 인두세, 소비세, 창문세, 사치세, 심지어 빈곤세(!)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수많은 세금 제도를 심도 있게 다룬다. 특히 미국의 세금은 무척 복잡해서 TurboTax와 같은 사기업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납세보고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책을 읽다보니 납세자 개인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미국의 불합리한 조세 제도 자체가 조세 규모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IRS의 조직 규모에서 기인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PDF 파일로 읽어야 해서 가독성이 떨어졌던 점은 아쉽다.

탈세의 세계사 : 세금은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

“죽음과 세금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하지만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 낸다고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니, 누군가는 최대한 피할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이 책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 있어왔던 탈세를 다룬다. 탈세가 세계사에서 얼마나 큰 분기점들을 가져왔는지 이야기하는 책인데, 원천 징수가 나치 독일에서부터 나왔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웠고, 미국의 역사 자체가 탈세, 즉 세금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탈세 때문에 국가가 쇠락한 사례도 많다. 구글을 비롯한 테크 기업들의 탈세 테크닉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조세 피난처가 무척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세금과 탈세를 중심으로 한 교양 세계사에 흥미가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세금의 흑역사 (★★★★✩)

위의 <탈세의 세계사>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 책인데, 이 책은 세금의 역사를 심도있게 고찰한 책이다. 문명의 탄생과 함께 세금이 시작되었는데, 역사상 모든 세금은 이를 회피하려는 창의적인 노력을 낳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영국의 창문세가 어떻게 창문 없는 영국을 만들었고 건강 보건에 영향을 끼쳤는지, 도로에 맞닿은 집의 면적에 비례한 세금이 어떻게 태국의 로켓 빌딩을 낳았는지 등 세금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들과 혁명들을 다루고 있다. 세금 징수를 민영화 시켰을 때 어떤 사태가 일어나는지를 다루는 사례도 흥미로웠는데, 고대 근동의 세리가 바로 이런 직업이었다. 세금의 역사에 대해 폭넓게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경영

벤처 마인드셋 (★★★★✩)

이 책은 벤처 캐피탈리스트로부터 직접 듣는 기업의 혁신에 대한 책이다. 벤처 캐피탈리스트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투자할 기업을 택한다. 즉 “안타는 놓쳐도 괜찮지만, 홈런은 놓쳐서는 안된다”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안타 기업은 잘해야 2-3 배 정도의 이익을 거두지만, 홈런은 100배의 이익을 거두기 때문이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 이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혁신 가능성을 평가하며 단 한번의 홈런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이 책은 이러한 벤처 캐피탈리스트의 시점에서, 기업이 어떻게 100배의 혁신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3M이 100년간 수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식스 시그마를 도입하면서 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는지, 제록스는 왜 내리막길을 걷고 애플은 성공하게 되었는지, 세쿼이아 캐피탈과 같은 벤처 캐피탈 기업이 왜 “묻어두기” 식으로 장기 투자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책으로, 나는 국가도 과학 분야에 대해 이렇게 홈런을 바라보며 골고루 씨를 뿌려서 묻어두는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의 혁신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

미국은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성시대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훌루, 맥스, 피콕 등 수많은 서비스들이 있는데, 이들 서비스가 탄생한 배경과 뒷이야기들을 자세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워낙 급격하게 바뀌는 분야여서 2023년 이야기도 거의 10년전 같기는 하지만, 각 회사들의 차별되는 가치와 배경이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요즘 우아한 개발 (★★★✩✩)

배달의 민족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의 개발 절차 및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개발자 입장에서 배민만의 새로운 점은 없었던 것 같고, 다만 스타트업 혹은 이에 가까운 기업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잘나가던 기업이 왜 망했을까? : 최대 실적을 거둔 기업이 무너진 이유, 25개 기업의 실패 스토리에서 배우는 경영 원칙 (★★★✩✩)

책에서는 여러 기업들을 나열하면서 이러한 기업들이 왜 망했는가를 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너무 피상적인 내용들만 다루고 있고, 원인 분석 역시 “시장 환경 적응 변화 실패” 등으로 뭉뚱그러져서 깊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중간 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논조도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It’s Not Luck (더 골2) (★★★★✩)

엘리 골드렛의 전작 를 워낙 감명깊게 읽어서 이 책도 읽어보았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로 무척 훌륭한 기업 경영 소설(!) 이다. 사실 기업 문제 해결 방법을 소설 형태로 만든 책이다. 이 책에서는 기업의 VP인 주인공 알렉스가 3개의 공장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이 관리하는 세 공장 모두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 알렉스는 “사고 프로세스”를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알렉스가 UDE(Undesirable Effects,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들을 죽 나열하고, 이들을 하나씩 인과 관계로 연결하고, 그 중간 과정을 채워나가면서 루프나 모순점, 그리고 숨겨진 인과 관계를 파악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전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게 되고, 루프를 깨거나 모순을 해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업무에 한 번 사용해 보았는데, 꽤 효과적이었다. 기업의 의사결정 및 문제 풀이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 쿠팡, 네이버, 배민보다 먼저 찾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

한국 대표 브랜드들의 성공 요인을 제품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책에서는 쿠팡을 예로 들면서, 다른 경쟁사와는 달리 아마존처럼 직매입 방식을 택하고 차별화된 반품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구축에 집중하며 성공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오픈마켓과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역시 플랫폼이 리뷰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개별 공급자의 영향력을 제어하고, 이용자들이 플랫폼 밖으로 이탈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을 택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초기의 수수료 무료 정책과 광고 수익 중심의 모델에서, 점차 수수료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 나간 과정을 다룬다. 한국 대표 테크 기업들의 제품 및 마케팅 전략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꽤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추천!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

왜 유방과 항우가 겨룰 때, 유방의 부하들은 유방을 위해 싸운 반면 항우의 부하들은 항우를 위해 싸우지 않았을까? 왜 한신은 토사구팽 당했을까? 왜 한국은 병자호란에서 패했고, 왜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가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을까? 이 책은 로마, 일본, 중국, 한국을 중심으로 진나라 말기, 삼국시대, 조선시대, 일본의 전국 시대를 다루며 게임 이론 전략의 관점에서 지도자들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되짚어보며 분석하는 책이다. 무척 훌륭한 책인데, 기업의 사내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각 개개인의 욕망에 대해 두리뭉실 넘어갔다는 점인데, 다소 알 수 없다는 투로 이야기했던 “야망”이나 “후사에 대한 집착”은 진화 심리학이나 사회 심리학과 같이 결합해서 읽는다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로부터 기업 전략에 대한 교훈을 얻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자기 계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자신보다 앞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늦었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은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에 민감하다. 그래서 자녀에게도 조기 교육을 강요하며, 일찍부터 뒤쳐지면 안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서는 이것저것 시도하며 탐색하며 시간을 낭비하다가 늦깎이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반 고흐가 대표적인 예이다. 고흐는 어렸을 때는 아무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원하던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자퇴하고, 부모에게로 돌아간다. 화랑에서의 수습 생활을 하고, 다시 적성에 맞지 않아 부모에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기숙학교 교습 교사를 하다가, 보조 목사의 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그만두고 부모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서점에서 일하다가 심지에 서점에서도 일이 맞지 않아 쫒겨난다. 그리고 다시 목사를 준비하다가 낙방하고, 선교 단체에서 전도사로 일하다가 다시 포기한다. 이렇게 실패로 가득한 인생을 살았지만, 그 누구도 반 고흐를 실패자로 기억하지 않는다. 고흐가 마지막 4년동안 남긴 찬란한 그림들은, 지금도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걸작들로 남아있다. 이 책에서는 고흐처럼 뒤늦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서 성공한 사람들을 다룬다. 인생에서 성공에 이르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예술가, 발명가, 과학자 등은 오히려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르는 시점이 상당이 늦은 늦깎이 제네럴리스트이다. 인생의 전반부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 시간이 오히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이 정말 잘하는 분야를 찾은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골프 하나만을 두고 죽어라 노력했던 타이거 우즈나 <그릿>과 같이 집념으로 한길만 파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길을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것을 찾아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더 맞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공은 자신에게 맞는 길을 탐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을 더 젊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자신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며 더 나아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 (★★★★★)

나는 보통 리더십 책을 추천하지 않는 편인데, 평범한 퀄리티의 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타인에게도 추천할만한 훌륭한 리더십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상급 운동 코치에게서 직접 자세 교정 코칭을 받는 느낌이었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다. 이 책은 어떻게 올바른 사람을 올바른 자리에 둘 것인지, 위임과 방임의 차이는 무엇인지, 리더십은 왜 학습인지, 동시에 조직 비전을 통해 사명을 공유하며 동기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가 코칭하고 멘토링했던 리더들과 CEO들의 사례들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잘 다가왔던 것 같다. 리더나 매니저 직책에 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평가보다 피드백 (★★★★✩)

팀 리더로서 팀원들을 평가하기 보다는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실질적인 도움들로 가득한 책으로, 피드백 문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 본다. 개인적으로도 회사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것이 커리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서로가 이러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팀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과학

처음 만나는 혈액의 세계 (★★★★✩)

혈액을 중점적으로 다룬 생물학 책이다. 다만 아쉽게도 다 읽고 나서 특별히 기억남는 내용이 없었다.

인간이 되다 (★★★✩✩)

과학 서적에 가까운 책인데, 솔직히 완독 후에도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서사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각 장마다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흐름이 부족해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형성 과정을 뒤돌아보며 인간이 왜 그토록 사회적인 동물인지에 대한 통찰을 얻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 순간의 감정부터 일생의 변화까지, 내 삶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모든 것 (★★★✩✩)

호르몬에 집중한 교양 과학 서적이다.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성별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 그리고 호르몬 과잉 분비로 비만이 되는 등의 호르몬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추천할만한 교양 과학 서적이지만, 각각의 챕터가 분리되어 있는 점이 아쉬웠다.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

이 책은 건축물의 구조공학을 다루는 교양 과학 서적이다. 건물을 짓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수많은 요소들, 즉 층을 어떻게 쌓아 올릴 것인지, 코어의 역할은 왜 중요한지, 화재로부터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강철 콘크리트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와 같은 각종 요소들로부터 시작하여, 저자가 맨 처음으로 설계했던 사장교에 얽힌 감상과 “더 샤드”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공학적 난제들을 풀며 설계하게 되었는지를 건축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서술했다는 점에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건축 엔지니어링과 문제 해결 과정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과학의 눈 (★★★★✩)

시각화된 그림과 사진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교양 과학 서적이다. 훅의 박테리아 그림처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도 다루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시각 자료가 주는 힘이 무척 뛰어남을 알 수 있었다. 가볍게 읽기 좋은 교양 과학서로 추천한다.

후생동물 (★★★★✩)

유리산호 같은 극피동물을 비롯해 바닷속의 신기한 생물들을 다루는 책이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기 좋은 교양 서적이다.

위험한 유산 (★★★★✩)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책이다. 추천사에서 언급했듯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될 만한 통찰을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나니 글리포세이트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더 진지하게 탐구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다만 전문적인 내용이 많고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대목도 있어 다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몬산토와 제초제 산업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굉장한 것들의 세계 (★★★✩✩)

가장 작거나 빠르거나 똑똑한 생물처럼 이른바 ‘극한’에 달한 생물들을 다루는 교양 과학서이다. 내용은 나쁘지 않지만 문체가 다소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문체 뿐만 아니라 구성상의 짜임새가 아쉬웠는데, 사시나무 클론 ‘판도’ 같은 사례를 깊이 있게 다룬 점은 흥미로웠다.

오해의 동물원 (★★★★✩)

역사 속에서 오해를 샀던 신기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비버의 고환, 음경 개구리, 하마의 ‘붉은 피’ 등 동물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에 꽤 괜찮은 교양 과학 서적이다. 추천!

자연에 이름 붙이기 (★★★★★)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프리퀄 같은 책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이 가장 먼저 했던 일 가운데 하나가 모든 생물에게 이름을 주었던 것인데, 나도 사물을 분류하고 이름 붙이는 것이 인간 본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자연의 동식물에 이름을 붙이고 계통을 분류하는 학문인 분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린네라는 천재가 분류학을 창시한 이후, 계통 분류학과 진화적 가지에 의한 분류법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이고 직관적인 분류학이 어떻게 변해나가기 시작했는지를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룬 책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도 흥미있으리라 생각한다.

크레이지 호르몬 (★★★★★)

이 책은 인간의 호르몬을 다루는 학문인 내분비학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 책이다. 쿠싱 박사가 내분비학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로부터 시작해서, 옥시토신, RIA(방사면역측정법), 인간 성장 호르몬(hCG), 야콥-크로이츠펠트병 등 많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챕터의 각 마무리가 열린 결말 식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인요, 이것이 책의 전체적인 무게를 가볍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 점을 제외하면 가볍게 읽기에 괜찮은 교양 과학 서적이다.

다세계 (★★★★✩)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전공자가 집필한 만큼 일반적인 교양서보다 깊이 있게 파고든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복잡한 수식은 없지만, 양자역학의 기초 개념 자체가 워낙 난해해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저자는 “닥치고 계산이나 하라”는 식의 현대 양자역학 풍토를 비판하며 ‘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런 저자의 시각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코펜하겐 해석이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양자역학의 난해함을 깔끔하게 설명해 주는 다세계 이론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교양 과학 서적을 많이 접한 나에게도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측정’의 문제가 어떻게 다세계 해석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는 엔트로피적 중력을 다룬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

생태학과 생물학을 다루는 책이다. 전반적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BBC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지구>를 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인데, 영상 매체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책으로 읽어야 할 독자적인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문체가 다소 가볍고 내용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식물의 세계 (★★★★✩)

꽤 재미있게 읽은 교양서다. PDF 형식 떄문에 폰트가 작아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인류사와 함께한 주요 식물들을 삽화와 함께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어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다. 추천!

먼지 :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 (★★★★★)

이 책은 “먼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교양 과학 서적이다. 청소해도 언젠가는 다시 쌓이는 집안의 먼지는 어디에서 왔는가로부터 시작해서, 사막의 모래먼지, 공기중의 미세먼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먼지 구름, 그리고 성간 먼지들이 어떻게 반데르발스 힘에 의해서 모여들어 별이 되었는지 등등 무척 방대한 스펙트럼으로 먼지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던 교양 도서이다.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

이 책은 열역학(thermodynamics)을 전문적으로 다룬 교양 과학 서적이다. 열역학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발전했는지, 볼츠만의 원자 발견이 무척 중요했던 이정표였지만 안타깝게도 사후에나 제대로 인정받게 된 사연과 아인슈타인이 냉장고도 만들었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다. 보통 이런 교양 과학 서적들이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다루다가 깊이를 놓치거나, 반대로 깊이를 다루다가 재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열역학이라는 적절한 범위를 택해서 깊이와 교양을 균형있게 갖춘 점이 좋았다. 열역학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화이트 스카이 (★★★★✩)

이 책은 사람들이 환경을 구하겠다면서 벌인 행동들이 어떤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시카고 운하와 아시아 잉어 사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해충을 박멸하겠다면서 들여온 아시아 잉어가 하루에 자기 몸무게 절반씩을 먹어치우며 오히러 하천 생태계를 초토화시키게 되자, 이를 막겠다며 7000억원을 들여 시카고 운하에 전기 장벽 (!)을 설치한 사례와 같이, 돈은 많이 들지만 큰 효과는 없었던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숟가락으로 강을 퍼내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불러온 다른 부작용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농약을 쓰는 대신 다른 생물을 들여왔다가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진 사례 등이다. 깊이 있게 생각할 부분이 많음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는데, 제목과 내용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좋았던 책이다. 생태학 및 교양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

곤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교양 서적이다. 깊이가 아주 깊지는 않지만, 곤충학자가 직접 들려주는 입문서 같은 느낌이라 어린이들에게 곤충과 공존하는 법을 설명해 주기에 적합한 책이다. 벌떼를 만나면 무조건 멀리 도망가야 한다는 식의 실용적인 팁도 담겨 있다. 저자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메뚜기 전문가여서 충해 발생 시의 대처 등을 설명해 주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

새를 중심으로 다룬 생태학 서적이다. 제목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린다는 내용은 저자가 전해 들은 이야기일 뿐 실제 관찰된 사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훌륭하며, 전서구 등 새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날로 먹는 분자세포생물학 (★★★★✩)

만화 형식으로 세포를 설명하는 책이다. 예전에 읽었던 <세포>와 겹치는 내용이 꽤 많았다. 생각보다 난이도 있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 구성이 알차다. 추천!

세포의 노래 (★★★★★)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와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신작으로, 역시 이 책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은 세포를 발견하게 된 역사로부터, 가장 최신의 세포 치료 기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최신의 암 치료법 방향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환자들의 이야기들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점들이 좋았다. 교양 생물학을 좋아한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별자리들 (★★★★✩)

별자리에 관한 정보보다는 천문학 전공을 중도 포기한 저자의 개인적인 회고록에 가까운 책이다. 천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정작 별을 한 번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꽤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진솔한 천문학과 대학원생 체험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듯하다.

조용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들의 전략 (★★★★✩)

잡초에 대해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개망초 등 대표적인 잡초의 생태와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다루고 있다. 예전에 읽은 잡초 관련 책들보다 깊이감은 덜하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한 책이었다.

기술

필독! 개발자 온보딩 가이드 (★★★✩✩)

주니어 엔지니어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지만, 시니어에게는 깊이가 다소 아쉽다. 넓이와 깊이를 갖춘 “T자형 인재”가 되라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바디 : 우리 몸 안내서 (★★★★★)

매우 잘 쓰인 교양 과학 서적이다. 우리 몸의 신체 기관을 상세히 다루면서도 문체가 매끄러워 술술 읽히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도 흥미롭게 느껴질 만큼 구성이 훌륭하며, 교양 과학 서적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추천!

MSFS로 파일럿 되기 (★★★★★)

MSFS가 취미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방대한 분량과 빽빽한 텍스트 속에 담긴 상세한 정보가 놀랍다. 추천!

비상한 파일럿 – 파일럿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 직업 공감 시리즈 9 (★★★✩✩)

파일럿의 업무와 되는 과정, 일상 등을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파일럿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비행기 조종 기술 교과서 (★★★✩✩)

비행기 조종 매뉴얼을 다룬 책이다. 영상보다 접근성은 떨어질 수 있으나, 책을 통해 더 상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건축

못된 건축 (★★★★★)

이 책은 DDP나 트윈트리 타워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건축물들의 의의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개별 건축물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라는 맥락 속에서 이들이 어떤 가치와 존재 이유를 지니는지 짚어준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뉴욕 시그램 빌딩의 사례를 통해 ‘빈 공간’의 조성이나 ‘스트리트 월(Street wall)’의 역할 등, 도시 설계 관점에서 건축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상세히 이야기하는 책이다. 도시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로 일한 저자의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도시건축론이다. 기념비적 건축과 마스터플랜에 의존하는 건촉에서 벗어나 삶과 사람을 뒤돌아보는 건축을 조망하는 책이다. 추천!

문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OTT 시대가 도래하며 나타난 주요 변화 중 하나는 영상을 건너뛰거나 배속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빨리 감기’ 현상에 담긴 인간의 행동 양식에 주목하는 인문학 서적이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빨리 감기 현상을 단순히 가벼운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이면에 깔린 수많은 사회적 맥락을 예리하게 짚어낸다는 점에 있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는 콘텐츠의 과잉이다. 매일 수백 편씩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골라내기 위해 깊이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간의 부족이다. 한정된 자유 시간 속에서 콘텐츠를 즐기려면 ‘시간 가성비’를 따지게 되고, 이때 빨리 감기가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셋째는 사회적 압박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나 유행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유튜브 요약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영상을 빨리 감기로 보게 된다는 분석이 꽤 인상 깊었다.

책에서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의견도 소개하고 있는데,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시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취향이 있고, 이를 소비하는 방식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상 시청의 주도권이 이미 개개인에게 넘어왔으며, 선택과 빨리 감기는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대사를 자막으로 설명하는 영상이 왜 많아졌는지,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충’ 콘텐츠가 늘어난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게 읽혔다. 특히 영상의 ‘오픈월드화(게임화)’라는 비유가 적절해 보였다. 초보와 고수를 모두 배려해 중심 줄거리는 이해하기 쉽게 만들되, 고수들을 위해 다양한 상징을 숨겨두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상 미디어의 소비자 패턴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Play Nice (★★★★✩)

게임 전문 탐사 보도로 유명한 제이슨 슈라이어의 저서로, 블리자드라는 기업에만 집중해 다룬다. 한때 위대했던 게임 제작사가 왜 몰락했는지 그 이면을 파헤치는 책이다. 보잉의 사례처럼 경영진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 ‘코스비 수트’ 사건은 억울한 면도 있으나, 경영진이 이를 방관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향후 블리자드에 개발력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서운 그림들 (★★★✩✩)

죽음, 시체, 수용소의 유태인이 그린 그림 등 다소 기괴하고 무서운 작품들을 다루는 미술사 책이다. 그림에 얽힌 ‘죽음’과 관련된 비화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다만 책에 모나리자가 포함되는 등 주제 의식이 아주 뚜렷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가볍게 읽어볼 만한 미술 교양서다.

음악해서 뭐 먹고 살래? (★★★✩✩)

책에서는 1장부터 ‘굶어 죽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임윤찬 같은 최정상급 연주자가 아닌 이상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간중간 분량 채우기식 구성이 많아 지루했고, 뒷부분 내용도 충분히 예상 가능해 결국 중도 하차했다.

자포니슴 (★★★✩✩)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은 고흐, 마네 등 유명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다만 설명 방식이 지나치게 건조해 읽는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

지브리의 천재들 (★★★✩✩)

지브리의 대표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가 직접 쓴 책이다. 지브리 작품들에 얽힌 뒷이야기와 인물평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게드 전기’ 같은 본인의 실패담은 쏙 빼놓는 등 자기 과시적인 면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읽을 만하다. 다만 내용과 별개로 문장력이 아주 짜임새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