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함께한 책들

평소 시간이 남을 때는 주로 가볍게 애니나 게임을 하는 편인데, 육아 중에는 그렇게 긴 시간을 내어 쉴 수 없다보니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활자 매체가 영상 매체에 비해 갖는 장점은

  • 쉽게 중단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음.
  • 같은 시간 내에 습득할 수 있는 정보량이 많음.
  • 다양한 장르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책 한 권당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 시간 정도인데, 매번 구매해서 사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전자도서관을 알아보다가 Libra 를 만들고 보다 효율적으로 읽을 책들을 파악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래는 올해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 목록. 대부분은 경기사이버도서관이나 안양도서관에서 무료로 전자책을 대출해서 빌려볼 수 있다.

소설

주로 미스테리, 스릴러, 아니면 SF만 읽는 편이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한줄 평: 히가시노 게이고는 늘 추리소설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일반 미스터리도 쓰는구나. 히가시노의 책들은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나서 좋아함. 추천!

– 질풍 론도 (★★★★★)

한줄 평: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 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듯. 히가시노의 다른 작품들처럼 추리 요소보다는 스릴러의 요소가 강한데, 빠른 전개 속도가 일품이다.

– 푸른 화가의 진실 (★★★✩✩)

한줄 평: 캐릭터들을 개성적으로 잘 살린 것이 포인트인 삼각관계 + 막장 드라마. 킬링 타임용.

– 라플란드의 밤 (★★★★★)

한줄 평: 다큐멘터리와 추리소설을 합친 이종격투기 소설. 노르웨이 극지방에 거주하는 사미족의 생활상을 르포작가가 찍은 듯 잘 그려냈다. 추천!

– 데드맨 (★★★✩✩)

한줄 평: 유명한 작품이어서 읽어 보았는데,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듯.

– 드래곤플라이 (★★★★✩)

한줄 평: 전작 데드맨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게 읽었음. 역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장르.

– 아르테미스 (★★★★✩)

한줄 평: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가 쓴 차기작. 캐릭터들을 매력있게 잘 살려서 풀어내는듯. 과학 스릴러라고 봐야 할까? 세계관도 탄탄한 편.

– 라마와의 랑데부 (★★★★★)

한줄 평: 정말 대단한 SF! 책을 읽기 시작해서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강력 추천!

– 예술과 중력가속도 (★★★★★)

한줄 평: 이 책을 읽고 배명훈이라는 SF 작가를 알게 되었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강력 추천!

– 녹스 머신 (★★★★✩)

한줄 평: 미스터리 소설 팬들에 대한 헌정작인 SF. 녹스의 10계 정도는 미리 알고 읽으면 좋다.

–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한줄 평: 라이트노벨과 순문학 사이의 절묘한 라그랑주 포인트에 둔 추리소설. 읽기 쉬운 문체가 좋다.

–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한줄 평: 젊은 나이에 아깝게 세상을 떠난 박지리의 작품이다. 순문학과 라이트노벨의 경계에 있는 듯 읽기 쉬운 문체, 개성적인 캐릭터 및 헝거게임을 보는 듯한 세계관, 엄청난 분량인데도 술술 읽히는 스피디한 진행 등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다. 추천!

– 브레이크 다운 (★★★★✩)

한줄 평: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일품인 스릴러. 범인이 지켜보고 있는 듯한 불안감을 잘 표현해낸 점이 대단하다.

– 밀레니엄 시리즈 (★★★★★)

한줄 평: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과연 끝까지 손을 뗄 수 없다.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려냈다. 1편부터 3편까지의 클래식 시리즈는 강추인데, 4편부터는 작가가 직접 쓴 작품이 아니어서 동인지 같은 느낌의 책이 되어버렸다.

사회

– 문명의 붕괴 (★★★★★)

한줄 평: 아 나는 왜 이 책을 이리 늦게 읽은거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기승전 부동산이라면 이 책은 환경결정론을 다양한 문명의 사례로 뒷받침하면서, 동시에 지도자와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루고 있음. 환경결정론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른바 인종우월주의자들의 면전에 강펀치를 날리는 책으로 읽을 가치가 있음. 인류학 책을 좋아하면 강추!

– 대량살상 수학무기 (★★★★✩)

한줄 평: 빅데이터 시대의 명암. 단 저자의 우려에는 수긍되는 부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투명성 부분은 아무래도 잘못된 parameter 를 택한 것이 큰 요인인 것 같고, 피드백 루프는 설계 단계에서 분리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읽어볼 가치는 충분.

– 역사의 역사 (★★★★✩)

한줄 평: 유시민의 역사(책)에 대한 투어 가이드북.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의 실력이 잘 드러난다.

– 민주주의의 정원 (★★★✩✩)

한줄 평: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추천했다고 해서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독창적인 내용은 없었던 듯.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한줄 평: 다 읽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조선 양반 사회가 어디까지 막장으로 흘러갈 수 있었나 볼 수 있고, 저 시대를 살아왔을 여성 및 피지배계층들을 생각하면 묵념을.

– 힐빌리의 노래 (★★★★★)

한줄 평: 왜 러스트 벨트에 사는 사람들은 트럼프를 지지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하층민 백인 사회가 가지는 사회 문화적인 특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성장사와 함께 러스트 벨트의 백인 문화를 독특하게 녹여낸, 잘 쓴 책이다. 추천!

– 문구의 모험 (★★★★✩)

한줄 평: 중학교때부터 늘 궁금했던 질문들 – 연필이나 지우개, 클립은 누가 발명했을까? 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문구류에 대한 미시사(microhistory)를 잘 풀어내고 있다. 시간날 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 살라미스 해전-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

한줄 평: 살라미스 해전의 배경과 전개에 대해 기전체와 편년체를 오가는듯한 독특한 느낌으로 서술한 역사책. 그리스 중심적으로 보이는 시각이 좀 거슬리는 것을 제외하고 흥미롭게 읽었음.

– 평균의 종말 (★★★★★)

한줄 평: 01학번으로 대학 다닐 때 가장 시끄러웠던 이슈는 단연 절대평가 vs. 상대평가였다. 아무래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학점에 대한 이슈였기에 인화력이 강했다. 이 책은 과연 학교 (혹은 직장)에서 누군가를 평가할 때 현재와 같은 줄세우기식 평균내기가 과연 올바른 접근법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책에서 제시한 대안들 (대학 졸업장 대신 관련된 기술을 자격증화 시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대안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책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추천!

– B급 며느리 (★★★★★)

한줄 평: 고부갈등이라는 소재를 잘 녹여낸 책. 원작 영화의 후일담 같은 느낌의 책이다. “왜?” 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기에 좋은 소재를 잘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추천!

과학

– 위대한 수학문제들 (★★★★✩)

한줄 평: 밀레니엄 문제들+기타 유명한 현대 수학 문제들을 (나름) 쉽게 설명하는 책. 고3 수학 (+대학 calculus) 과정을 마쳤으면 대략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풀어쓴 편. 호지 추측을 이정도로 쉽게 풀어쓴 것은 대단하다. 다만 중간중간 수식 오타가 많은 것은 단점. 간단하게 보려면 나무위키 해당 항목 (밀레니엄 문제)들을 봐도 된다.

p.s. 대체 타원곡선은 왜 이름을 그렇게 지은거지.

– 나침반 항해와 탐험의 역사 (★★★★✩)

한줄 평: 나침반에 얽힌 공학기술사를 잘 풀어낸 역작.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쓴 책인데 많이 안 팔린 것처럼 보인다.

p.s. 표지가 너무 촌스럽다.

– 게놈 세대 (★★★★✩)

한줄 평: 센트럴 도그마 이후 현세대 게놈 연구가 어디까지 진척되었나에 대한 훌륭한 가이드북. junk dna 는 더 이상 junk 라고 부르면 안될 듯.

– 별, 빛의 과학 – 한 권으로 읽는 우주 발견의 역사 (★★★★✩)

한줄 평: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씩 읽어볼만한 책. 현대 천문학계의 주요 과제들과 성과들을 잘 풀어내어 설명하고 있다.

–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

한줄 평: 외행성 탐색의 최근 연구성과들과 흐름을 설명하고 있는 책. 책 내용도 재미있지만 학계에서의 다툼과 싸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

한줄 평: 분자요리에 대해 알게 됨.

– 사고의 본질 (★★★✩✩)

한줄 평: 내가 워낙 좋아하는 더글라스 호프스태터(바로 그 GEB!)가 공저인 책이라서 읽었는데, 중간까지 생각보다 지루해서 읽다가 그만 둠. 원서로 읽는게 더 나았을려나? 언어의 유추(analogy)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번역이 핵심인 책인데, 아무래도 영어 원문의 뜻을 살리기 쉽지 않았던 것 같음.

–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한줄 평: 볼바키아느님..! 장내 미생물을 비롯한 최신 미생물학의 내용들을 심도있게 잘 다루고 있다. 강력 추천!

–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 아닙니까 (★★★★★)

한줄 평: 올라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비견될만한 훌륭한 인지심리학 책.

– 우아한 관찰주의자 (★★★★✩)

한줄 평: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관찰하게끔 하는 책.

기술

– 신경망 첫걸음 (★★★★✩)

한줄 평: 사실 별 기대 안하고 봤는데 의외로 충실하게 기본 내용들을 담고 있음. 고3 수학 과정만 제대로 마쳤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듯. 다만 기본 이외의 것들은 거의 없어서, 그 점은 한계.

– 만화로 배우는 리눅스 시스템 관리 1 명령어 & 셸 스크립트 입문 (★★★★✩)

한줄 평: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의외로 내용이 충실하다! bash 스크립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얻을건 많지 않겠지만, 초보라면 충분히 입문용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종교

– 일과 영성 (★★★✩✩)

한줄 평: 큰 답변을 기대하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들이 많음. 직업에 대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소명과 윤리를 논하는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도 확장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큰 답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 바른 신앙을 위한 질문들 (★★★★✩)

한줄 평: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과 답변들을 모은 책.

경영, 경제

– 흔들리지 않는 돈의 법칙 (★★★★★)

한줄 평: 기승전 인덱스펀드. 개인 투자에 대한 성실하고 실용적인 답변서. 인덱스 vs 액티브 펀드의 차이가 무엇인지, 왜 주식시장 하락한다고 금에 투자하는게 잘못된 결정인지 아는 것은 장래의 재무 설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지식. 개인 재무 설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

– 골목의 전쟁 (★★★★★)

한줄 평: 한국에서는 왜 기승전 치킨집인가? 왜 프랜차이즈가 뜨고 망하는가? 왜 맛집은 대로변이 아니라 이면도로에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책. 굳이 창업을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골목경제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면 추천하는 책. 읽기 쉽게 잘 쓴 것은 덤.

– 오리지널스 (★★★★✩)

한줄 평: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 창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제언들이 담겨있다. 각각의 제언에 대한 사례들이 풍부해서 좋다.

예술

– 재즈 잇 업! Jazz It Up! (★★★★✩)

한줄 평: 만화로 읽는 재즈 역사. 탄탄하고 충실하게 재즈의 역사를 잘 풀어 설명하고 있다.

– 아웃사이더 아트 (★★★★✩)

한줄 평: 기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아웃사이더들의 예술 작품들. 독창적이고 기괴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아트 인문학 (★★★★★)

한줄 평: 서양 미술사가 어떻게 한 걸음씩 발전해왔는지, 그 전환점에 있는 핵심적인 작품들을 짚어서 그 의미를 잘 풀어낸 책. 추천!!

총평

개인적인 2018년의 베스트 책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종말”. 올해 출간된 책은 아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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