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큰 교회에서는 예배 실황을 영상으로 만듭니다. 오늘은 그 카메라 샷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
악보 편집 작업중에 이번에 신곡으로 추가된 Paul Baloche의 “Wonderful God” 영상을 보는 중이었습니다.
Youtube : http://www.youtube.com/watch?v=7yPX1AJzgcY
영상을 보는데, 뭔가 한국의 예배랑 많이 다른 것 같더군요. 뭐가 다르지?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바로 카메라 앵글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드려지는 예배와는 다르게 회중을 카메라에 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예배 인도팀에게 초점을 맞추더군요.
그리고 제게는 그것이 매우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예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제 한국 출석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입니다. 한국에 가서 예배 드릴때마다 적응이 잘 안되는 부분이, 바로 큰 스크린으로 회중의 얼굴을 비춰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중이 무척 높습니다. 적어도 50%의 시간은 이른바 “은혜롭게 찬양하는 회중들”의 모습을 잡아서 비춰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불편했습니다.
뭐랄까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솔직히 “민망하다”고 느낍니다. 익숙해지신 분들이 있을수도 있고, 다른 회중들이 “은혜롭게” 예배하는 모습을 보고 도전을 받으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불편하고 민망합니다.
왜 예배중에 제가 생판 모르는 남 얼굴을 감상하고 있어야 하나요? 그 사람이 예배를 드리건 지지고 볶던간에 하나님과 개인의 관계가 아닌가요? 무엇보다도 다른 회중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하나님께 잘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얼굴이 잡힌 사람들이 그나마 멀쩡히(혹은 담담한 척 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으면 그래도 조금은 낫습니다. 몇몇 회중들은 “당황해서” 급히 얼굴을 홱 돌리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심지어는 실소를 터트리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배에는 초상권도 가질 수 없습니까? 왜 동의도 없이 지멋대로 얼굴을 찍어가는 겁니까? 조금이라도 아는 지인이 예배중에 스크린에 나오면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촬영 담당 팀들은 아는지나 모르겠습니다. 아, 모를려나요. 그 사람들은 저 뒤쪽에 앉아서 카메라 돌리라고 지시만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더 분통터지는 것은 자꾸 사람들이 민망해하니까 아예 예배 시작할 때 공지를 띄우더군요.
“예배 중간에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더라도 평상시처럼 예배드리시기 바랍니다.”
아, 알겠습니다. 우리에게 인내심과 평정심을 훈련시키려는 것이군요. 그래서 어떠한 카메라 앵글이 와도 당황하지 않게끔 하는 것을 연습시키려는 것이었군요.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민망해하는 이유는 딱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예배중에 회중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의도 없이 강제로 얼굴을 찍어가니까 민망한 것이지요. 그 어색한 반응을 보는 사람들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이구요.
까놓고 말하겠습니다. 저도 남자이니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화면에 자매들 얼굴이 나오면 집중이 안 됩니다. 그건 제 의지와는 관계없는 겁니다. 지나가는 여자들 있으면 아무래도 남자들이 한 번 힐끗 보게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주의력이 흐트러지고 집중이 분산됩니다. 한 번이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걸 예배 내내 경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배를 드리고 나면 괜히 열받습니다. 나는 조용히 곡에 집중하고, 가사에 집중해서 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자꾸 화면이 나를 방해합니다. 저만 그런건가요?
짜증이 나서 요즘은 아예 예배를 처음부터 끝까지 눈감고 드립니다. 그런 분들 요즘 많이 생기신 것 같더군요. 아, 생각해보니 영상으로 자꾸 비춰주는 것은 눈감고 집중해서 예배드리라는 말인지도 모르겠군요. 아예 곡이랑 가사도 다 외우는 효과도 있겠군요. 가사 모르면 눈감고 부를 수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곡 가사까지 암기하게 되었네요.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비단 이 문제는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겁니다. 홀리기타에도 아래와 같은 글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http://www.holyguitars.com/home/bbs/board.php?bo_table=talk&wr_id=53336&sfl=&stx=&sst=wr_datetime&sod=asc&sop=and&page=408
예배 중의 회중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자 하는 영상팀의 욕심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더 다이나믹하고 회중의 반응이 있는 영상이 만들어지긴 할 겁니다. 기록물로서의, 혹은 상영물로서의 영상의 가치는 물론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웹 스트리밍으로 예배를 드리는 경우도 있고, 또한 본 성전의 예배를 영상으로 전송해서 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런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배는, “보여주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드려지기”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워온 바에 의하면, 예배를 인도하고 혹은 서포트 하는 사람들이 꼭 지켜야 할 절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중이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2. 회중이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3. 회중이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절대 원칙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그것이 음향이든, 선곡이든, 영상이든, 회중에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때로 필요하다면 악기마저도, 음향마저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예배입니다.
아쉽게도 많은 한국 교회에서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드려야 할 예배는 “보여주기”를 위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더 좋은 영상물을 뽑아낸다고 하면서, 혹시 더 귀중한 것은 잃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가끔 다른 회중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또한 그들이 은혜롭게 찬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회중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고 하여도, 대다수의, 혹은 일부의 회중들에게 있어 그것이 예배하는 것에 있어 장애가 된다면, 하지 않는 것이 저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예배의 대상은 하나님입니다. 그리고 그 무엇도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있어서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고 누군가가 불편함과 짜증을 느끼고 있다면, 예배를 잘못 디자인하고, 잘못 섬기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각 교회의 영상팀 분들께서는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회중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집중해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에서 한 번 논의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짧게 한 번 답글 달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예배 중에 회중을 앵글로 잡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여기에서 회중을 잡는 다는 것은 전체 회중을 두리뭉실하게 잡는 것이 아니라, 한두명의 개별적인 사람들이 찬양하는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보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미있는 토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의견들도 좋으니 남겨주시기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