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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느낀 차이점 가운데 하나는,

양국민들이 바라보는 바람직한 역할 모델(role model)에 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너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니?” 라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광개토대왕” 같은 분을 든다.

반면 미국에서 “너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 라고 묻는다면,

과거의 위인들도 물론 많이 포함되지만,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같은 현존하는 인물들도 의외로 많이 포함된다.

물론 현존하는 사람의 공과를 동시대의 사람이 모두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교차 검증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가 짧고, 그만큼 한국의 역사가 길다는 측면을 반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그러한 미국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있어,

누군가 믿고 따를만한 역할 모델, 멘토, 존경할만한 선배가 이 시대에 부족하기 때문에,

몇백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인물에게서 역할 모델을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패기가 없다, 도전정신이 없다”고 말한다.

반면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바라보며 “믿고 따를만한 모델이 없다”고 외친다.

동시대의 젊은이들은 실패한 기성세대들을 향해 멘토가 없고, 믿고 따라갈만한 사람이 없다고 외친다.

어떻게든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는 기성세대의 성공 지상주의는 IMF를 거치면서 이미 바닥을 드러내었다.

풍요 속의 빈곤은 더욱 커져만 갔고, 무한 경쟁 속에서 너도나도 내 자식만큼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하며 사교육 시장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철학이 없는 것이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 뿐의 금자탑을 쌓아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은 동시대의 어른들이 아닌, 대물과 같은 드라마를 바라보면서 열광하며 거기에서 자신의 역할 모델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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