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과 함께한 책

소설

노조키메 (★★★★★)

호러 미스터리의 걸작이다. <Another>와 같이 저주가 결합된 심리 호러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무척 취향에 맞을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두 권의 “노트”가 과거 사건의 진상을 이야기한다는 액자식 구조의 소설, 기이한 마을의 분위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본능적인 호러를 미스터리 및 스릴러 요소와 잘 결합해 낸 점이 대단하며, 특히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장르적 쾌감이 상당하다. 큰 생각 없이 읽었다가 밤새 끝까지 쭉 달렸던 소설이다. 추천!

흉가 (★★★★★)

마쓰다 신조의 <흉가 시리즈> 책 가운데 한편이다. 주인공 가족이 낯선 새로운 마을로 이사오는데, 새로운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필력만으로도 스멀스멀한 공포를 묘사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노조키메>나 < Another >와 같은 심리 호러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원샷 (★★★★★)

<잭 리처 시리즈>의 간판같은 책이다. 스릴러의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고, 흥미진진한 진행도 나무랄 점이 없다. 추천!

잭 리처의 하드웨이 (★★★✩✩)

<잭 리처 시리즈> 중에서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드는 책인데, 반전이 다소 뻔했고, 책의 중반 부분이 미묘하게 지루한 점이 아쉬웠다. 번역의 문제도 있는데, 잭 리처가 공손하게 해요체를 쓰다보니 캐릭터의 개성이 확 죽어버린 측면도 있었다. 여러모로 좀 아쉽게 읽은 책이었다.

1030 (★★★★★)

<잭 리처 시리즈>의 장점을 잘 살린 책으로, 발단, 구성, 캐릭터 빌드업, 위기, 클라이맥스, 연출 등등 나무랄데 없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잭 리처가 악당들을 처단하는 장면은 장르물의 쾌감이 진하게 느껴진다. 추천!

61시간 (★★★★★)

<잭 리처 시리즈>의 장점이 잘 드러난 책으로,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대단하다. 조연인 수잔 터너와 같은 인물들도 매력적으로 잘 조형되어 있다. 악역의 정체를 추리하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렵지 않은데, 그 진행 과정과 빌드업이 잘 되어 있다. 추천!

사라진 내일 (★★★★★)

<잭 리처 시리즈> 특유의 추리와 액션이 결합된 소설로서, 악역들을 혼내주는 장면의 카타르시스는 대단한 것 같다. 추천!

라스트 코요테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해리 보슈 시리즈> 소설이다. 약간 루즈한 초반 부분을 지나면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달릴 수 있다. 다만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약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을 제외하면, 스릴러가 가져야 하는 주된 요소, 특히 약점(vulnerability)을 잘 활용해서 극의 긴장감과 완급 요소를 조절하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추천!

트렁크 뮤직 (★★★★★)

역시 믿고 읽는 <해리 보슈 시리즈>. 이미 드라마를 통해서 대강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재미있었다. 추천!

블러드 워크 (★★★★✩)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다.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전 FBI 조사관이, 심장 기증자의 살인자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인데, 사실 캐릭터가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고, 내용 진행도 다소 답답하거나 썩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들이 많이 있어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 중에서 그렇다는 것이며,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 추천!

다섯 번째 증인 (★★★★★)

믿고 읽는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의 책이다. 고구마와 사이다를 적당히 던지는게 보통 솜씨가 아니다. 최고는 역시 법정 변론 파트로서,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구성이며, 마지막에 살짝 반전이 숨겨져 있다. 강력 추천!

변론의 법칙 (★★★★★)

역시 믿고 읽는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의 최신작. 이번에는 주인공 미키 할러가 기구하게도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는 전개를 다룬다. 사실 결말까지 가는 길을 예상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은데, 책에서는 보슈와 미키 할러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아쉽게도 드라마판에서는 판권이 아마존과 넷플릭스로 갈려버리는 바람에 보슈 유니버스를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내가 나를 버린 날 (★★★★✩)

꽤 재미있게 읽은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왕과 거지>를 연상시키는 등장 인물들이 바뀐 설정, 속도감 있는 문체, 그리고 과거의 미스터리를 밝혀나가는 장면은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다. 추천!

외사랑 (★★★★★)

트랜스젠더와 성정체성, 그리고 간성(intersex)에 대해 다루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90년대에 이런 책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등장 인물들의 개성과 아이덴티티, 빌드업이 확실해서 좋은 책이다. 미스터리의 요소는 사실 큰 편은 아니고, 중간중간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도 없는 편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백그라운드와 잘 융합되어 강렬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추천!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

제목대로 대인 기피증이 있는 대학생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다. 가벼운 에피소들로 이루어져 있고, 실제 살인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빙과>와 유사한 일상 추리물이라고 볼 수 있다. 재미있게 읽은 가벼운 추리물이다.

소설가를 만드는 법 (★★★★✩)

도입부는 분명 미스터리 라노벨인데, 마무리는 뜬금없는 SF이다. 도입부의 설정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사실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여왕마저도 (★★★★✩)

코니 윌리스의 단편집이다. 흥미로운 단편들도 있지만, 모든 단편들에 공통적으로 코니 윌리스 특유의 수다가 있어서 비슷비슷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주교의 새 그루터기 실종 사건 (★★★★★)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거기에 SF가 매력적으로 결합된 빅토리아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 추리 시간여행 SF 장르 소설이다. 저자의 다른 작품인 <둠즈데이 북>이나 <블랙 아웃>보다는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네트와 관련된 세계관의 비밀이 많이 밝혀지며, 결말도 깔끔하다. 추천!

두 번째 유모 (★★★✩✩)

아쉽게도 <두 번째 유모>는 내 취향은 아니다. “어머니”와 같은 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만들어서 책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캐릭터의 빌드업이 약했으며, 사건 진행에 초점을 맞추는 구성도 취향이 아니었다. 하드 SF를 좋아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취향에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 (★★★✩✩)

가상현실을 다룬 메타픽션적 소설이다. SF 로서 참신한 설정은 아닌 점이 좀 아쉬웠다. 이른바 “질문자”가 나오는 메타픽션적인 소설이다. 중편 SF인데, 킬링 타임용 SF 같은 책이었다.

듄의 메시아 (★★★✩✩)

<듄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다. <듄>이 전형적인 왕도 SF인 반면, <듄의 메시아>는 내부의 암투와 갈등이 메인 소재이다보니 장르물의 쾌감이 크지 않았다. 미래를 보는 능력에 대한 제한은 꽤 흥미로운 설정이었는데, 그것도 작품의 끝까지 정확한 설정이 풀리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끝까지 다 읽기는 했지만 크게 마음에 와닿는 내용은 없었다. 고구마만 10개 먹다가 끝난 느낌이다.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

외딴 섬의 엘리트들을 위한 학교, 살인 사건, 비밀에 싸인 이사회 등 흥미로운 설정을, 박지리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떠올리는 간결한 문체로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하지만 설정과 문체 빼고는 모두 아쉬웠다. 먼저 중반부에 너무 늘어진 구성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인터뷰와 등장 인물에 대한 설명에 지나친 초점을 두다가 “살인 미스터리”가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적당한 긴장감을 놓쳐버린 것이 가장 크다. 그리고 중반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흥미로운 것도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에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위치스 딜리버리 (★★★★✩)

마녀 견습생의 배달 이야기를 다룬 영 어덜트 소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가져온 듯한 배경이 조금 아쉽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소설이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

이 소설은 어반 판타지 마법소녀물이다. 마법소녀와 관련된 흥미로운 배경 설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와 유사한 현대 마법소녀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특정 인물들에 치우쳐 있고, 주인공에 대한 서사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특히 “아루아”에 대한 서사는 조금 덜어내는 편이 좋았다고 본다. 분량이 짧은 점이 아쉬운데, 장편이었다면 더 좋았으리라 본다.

죽인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

제목이 곧 내용이다.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정석대로 후반부에 반전이 등장한다. 다만 죽인 남편이 돌아왔을 때 주인공의 반응이 약했던 점이 잘 어울리지 않았고, 책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

미스터리 단편 모음집이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꽤 잘 만든 단편 스릴러로, 마트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설정과 전개가 독특했다. 하지만 괴담 등을 다루는 다른 단편들은 썩 흥미롭지 않았다.

살인자의 기억법 (★★★★✩)

알츠하이머를 앓는 살인자의 시점에서 쓴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결합을 스피드한 문체로 풀어낸 소설인데 재미있게 읽었다. 아쉬운 점은 결말 부분인데, 잔뜩 빌드업을 해놓고 갑자기 바늘로 풍선을 펑 하고 터트리며 장르를 바꾼 느낌이여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런어웨이 (★★★★★)

한국형 모던 고딕 스릴러. 폭력 남편을 피해 기차를 타고 도망치던 재영은, 기차 안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낯선 여자를 만나게 된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것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여자는 돌아오지 않고, 아기 위에는 “우리 애를 저 대신 시댁에 데려다주세요”라는 쪽지만이 남겨져 있게 된다. 캐릭터들의 조형이 잘 되어 있고, 고딕 소설의 클리셰를 충실히 잘 따르는 책이다. 초중반을 지나면 범인의 정체는 큰 어려움없이 짐작할 수 있는데, 주인공이 이를 모르다보니 벌어지는 고구마 전개가 좀 답답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플롯을 가진 재미있는 스릴러이다.

보름 (★★★★✩)

재미있게 읽었던 스릴러 미스터리이다. 나중에 등장인물 가운데 한 명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이 재미있었다. 다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어서 감정이입하기 힘든 점이 아쉬웠다.

15초 후에 죽는다 (★★★✩✩)

제목 그대로 15초 후에 죽는 희생자가 잠시 시간을 멈추고 진범을 찾아내는 특수 설정 추리소설이다. 첫 화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이후의 내용들도 똑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지는 않았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

1929년 일제 강점기의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술자리에서 사라진 페도라 모자를 찾아갔던 주인공은 난데없이 도끼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아 순사에게 끌려가 혹독한 취조를 당한다. 이 소설은 쉬운 미스터리 난이도를 가지고 있지만, 허당 주인공을 비롯한 매력적인 캐릭터들, 일제 강점기의 경성에 온 듯한 생생한 배경, 쉬운 문체가 매력이다. 나중에 드라마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호랑이덫 (★★★★✩)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의 후속작이다. 캐릭터의 설계가 생동감있고 매력적인 점이 큰 장점으로, 캐릭터를 강조한 추리물이어서 추리의 난이도는 높은 편은 아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설정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시리즈물로 계속 나올 것 같다.

댄싱 걸스 (★★★★✩)

연쇄살인마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독특한 소설이다.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들을 유혹해서 살해하는 연쇄 살인마가 새로운 타겟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녀는 살인마의 의도대로 순순히 넘어오지는 않는다. 장르물 특유의 쾌감과 반전이 살아있는 소설로, 킬링타임 스릴러로 추천.

열린 어둠 (★★★★★)

추리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각 단편들의 마지막 반전이 무척 강렬하다. 불륜과 살인 같은 막장 설정들이 많이 나오지만, 정교함과 완성도가 상당한 편이고, 스파이 소설까지 다루는 등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열린 어둠> 편인데, 불량 폭주족과 젊은 여교사라는 캐릭터들의 케미, 미스터리, 그리고 청춘 성장물의 느낌이 무척 좋았다.

빌런 (★★★✩✩)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같은 몇몇 단편들은 흥미로웠는데, 그 외의 단편들은 지나치게 신파적이거나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트로피컬 나이트 (★★★★✩)

SF와 미스터리, 여기에 약간의 호러와 스릴러가 가미된 조예은의 단편 모음집이다. <서울 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에서도 느꼈지만, 간결하고 읽기 쉬운 문체와 탄탄한 구성력과 연출이 조예은 책의 최대의 장점이다. 트리트먼트를 사용해서 책의 구성을 탄탄하게 설계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대나무가 우는 섬 (★★★✩✩)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클로즈드 서클 밀실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책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부와의 통신이 살아있어서 밀실 살인 사건같지 않다는 점이고, 무엇보다도 물리학을 알아야 풀 수 있는 사건 진상의 트릭이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럽다는 점이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소설이다.

방주 (★★★★★)

캐릭터와 설정은 다소 인위적이어서 사실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의 반전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은 책이다. 하드한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물을 좋아한다면 추천!

보통의 노을 (★★★★★)

33세의 엄마를 둔 18세의 최노을은 평범한 삶을 원한다. 하지만 절친 성하의 오빠인 성빈이 엄마를 몇 년 동안이나 바라보는 것을 미덥지 않게 지켜보며 “보통의 사랑”이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가볍지 않은 질문을 청춘 성장 드라마 속에서 쉬운 문체로 능숙하게 녹여낸 소설로,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형이 이 책의 최대 강점이다. 나는 읽고 나서 많은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보통의 사랑이란 있는 것일까 등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강력 추천!

아몬드 (★★★★✩)

멍한 얼굴을 한 주인공 책 표지를 여러 서점에서 보았던지라 한 번은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드디어 읽었다. 감정불능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등장하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서두 부분의 신파가 조금 억지스러웠고 일부 캐릭터가 평면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매끄러운 전개가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마더 크리스마스(Mother Christmas) (★★★★★)

젠더에 대한 화제는 불판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유명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동화의 형식으로 풀어낸 <마더 크리스마스>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등장인물들의 변화로 이어지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추천!

향군: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 (★★★★★)

<수호자 시리즈>로 잘 알려진 우에하시 나오코의 생태학 + 농학 판타지 소설이다. 고대 일본을 보는 듯한 동화적인 판타지가 배경인데, 우에하시 나오코 특유의 “세계”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나가는 미스터리의 쾌감이 대단한 소설이다. 단점으로는 <수호자 시리즈>에서 자가복제한 듯한 캐릭터들이 몇몇 있고, 세계관의 비밀을 탐구하고 세계의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수호자 시리즈>의 플롯과 비슷하다는 점이 있지만, 매력적인 세계와 캐릭터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커버된다고 본다.

변두리 로켓 (★★★★✩)

무난하게 끝까지 긴장감있게 읽을 수 있는 이케이도 준의 소설이다. 이케이도 준의 다른 “기업 스릴러” 시리즈와 비슷한 전개가 조금 아쉽다. 킬링 타임 책으로는 괜찮게 읽을 수 있었다.

맬로리 (★★★★✩)

전작 <버드 박스>를 넷플릭스로 무척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책은 <버드 박스>의 후속 원작 소설이다. 사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해서 원작의 느낌을 알 수 없었는데, 이 책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단점이라면, 멜로리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보호 및 통제하려는 캐릭터로 설정했다는 점인데, 그 점에서 소설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법한 캐릭터의 변화 및 성장포인트를 놓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사회

엘리트 세습 (★★★★✩)

서문이 상당히 인상적인 책으로, 사회 계층(class)의 세습이 오늘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무거운 책이다. 현대 사회의 능력 주의(meritocracy)와 이에 대한 공정함이 일종의 환상이며, 능력(merit)조차도 부에 의해 세습된다는 고찰이 인상깊었다. 다만 통계, 혹은 자료를 통한 사회심리학적 결과물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담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역사적으로 중산층의 소득 평준화가 오히려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부의 불평등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에 대한 옹호가 지나치게 특정 계층을 비하한다는 주장의 논리의 비약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무거운 문제 제기와는 별개로, 동일한 문장과 주장들을 지나치게 반복 언급해서 문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지만, 책의 모든 내용들을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엘리트 독식 사회 (★★★★✩)

이 책은 엘리트에 대한 자기 비판서이다. 이 책에서는 스티븐 핑커나 말콤 글래드웰과 같은 지식 소매상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즉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도 등장하는 기술과 진보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 그리고 “기술 발전을 통해서 기업도 성장시키고 인류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윈윈”의 철학이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이라는 점을 폭로하며, 일종의 엘리트 반향실(echo chamber)처럼 되어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도 엘리트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라고 생각한다.

대마와 대마초 (★★★★✩)

이 책은 대마의 산업적 용도와 합법화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다. 일반 독자를 가정하고 쓴 책이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대마의 역사와 기능을 섬유, 플라스틱 대체제, 의료, 기호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하고, 대마의 합법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도 대마의 합법화 및 산업적 이용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

대부분의 자선단체들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자선단체들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고민해보아야 한다. $10불이 있다고 했을 때,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내는 자선단체에 후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아니면 백신을 더 맞히는 자선단체에 보내는 것이 효과적일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일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이른바 “자선단체”들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냉정하게 접근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QALY와 같은 보다 객관적인 효용성 지표들을 알게되었다. 추천!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

오늘날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져서, 계급, 젠더, 인종 등 단층이 존재하는 곳마다 격렬한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양극화를 불러오는 것일까? 이 책은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체성(identity)”을 제시한다. 즉 정치는 어떤 사안에 대한 합리적인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혹은 가치를 대변하는 그 무엇이라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양극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훌륭한 통찰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정치적 논의들이 왜 양극화로 흐르는지 그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에서 다룬 다른 흥미로운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 미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의 집단 정체성이 얼마나 강한가”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은 분노를 먹고 산다. 상대방 당을 싫어할수록 더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그 결과로, 국민 모두에게는 나쁜 결과가 온다고 해도, 우리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결정을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치는 취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 미디어는 이러한 분노를 부채질한다. 미디어를 많이 소비할수록, 상대방 당에 대한 시각은 더욱 더 편협해지게 된다. 정치보도의 원칙은 “분노하면 1면에 실린다”이다. 분노는 정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젠더 및 인종 정체성과 관련된 뉴스가 늘 상위권에 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라. 정체성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 정보화 혁명은 정치에 영향을 미쳐왔다. 역사적으로 정치에 있어서 정보는 제약된 것이었다. 심지어 민주적 정치 모델에서도 상당 기간동안 정보는 제약된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맹이어서 책이나 법안을 읽을 수도 없었고, 신문과 같은 몇몇 전통 미디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수없이 많은 정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참여율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 미디어는 정치적 지분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 뉴스는 대부분 기분 전환을 원하는 독자들, 기자들, 그리고 이익을 추구하는 소유주에서 나오지, 민주주의를 개선하려는 개인의 노력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 정치 미디어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시청자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코카 콜라와 같은 식품 업계가 더욱 더 많이 설탕이 들어간 간식과 음료를 출시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시장 원리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한 번 형성하고 선택한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더욱 큰 노력을 들이지,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 책에서는 흥미로운 정치 성향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상대편의 의견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될까 하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 책에서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큰 약점도 다룬다. 대표적인 것은 필리버스터와 부채 한도 증액 협상과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즉 미국 전체의 이익을 인질로 잡고 자신의 정당의 어젠다를 밀어붙이게 만드는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뛰어난 통찰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이며, 겸손한 결론도 마음에 든다. 이 책은 만병통치약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실제적인 완화 수단 (mitigation)을 제시하는데, 여기에서 게리멘더링, 선거인단 폐지, 부채 한도 증액, 필리버스터 폐지 등을 다룬다. 저자의 말마따나 “비관적 낙관주의”를 가지고, 정치 시스템의 진보와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요즘 애들 (★★★★✩)

MZ 세대의 “번아웃”을 다룬 책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책이 아니라 저자 본인의 해석과 감상에 의존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 세대의 번아웃의 기원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는 훌륭한 책이다. 능력주의의 대표적인 폐해라고도 볼 수 있는 번아웃이 어떻게 사회를 전염시키고, 육아와 양육, 나아가서는 출산율까지 영향을 끼쳤는가를 심도있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훌륭한 책이니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2023 트렌드 노트 (★★★★✩)

꽤 흥미롭게 읽은 가벼운 트렌드 노트 책으로, “1인분”, 팬덤 문화, 그리고 개인이라는 키워드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일본 (★★★✩✩)

일본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을 담은 책이다. 주로 일본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국뽕이 좀 과하게 들어간 느낌이 드는 책이지만 가볍게 읽을만한 책으로는 나쁘지 않다. 이 책을 통해 펀쿨섹좌가 누굴 말하는지 처음 알았다.

실리콘 제국 (★★★★✩)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일종의 비평서이다. 다만 2018년에 나온 조금 오래된 책이다보니 지금 읽기에는 빛바랜 느낌이 강하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흥미롭게 읽었다.

풋 워크 (★★★★✩)

신발 산업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스니커 콘”과 같은 신발만을 다루는 행사, 신발 브랜딩의 시초, 신발에 들어가는 유해한 접착제의 사용, 그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저임금 노동의 실태 등등 신발에 얽힌 역사와 명암을 잘 다룬 책이다. 다소 뜬금없이 기후 변화에 한 챕터를 할애하는 등 정치적 색채가 강한 책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구성이 책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위험한 질문들 (★★★✩✩)

“표절”을 다루는 책으로서, 음악을 비롯해 각종 표절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다만 깊이는 가벼운 편이며, 문제 제기와 사례 연구에 집중하는 책이다.

인류학

언어의 역사 (★★★★★)

언어의 종합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베이비 토크”와 같은 방식을 통해 어린아이의 언어가 어떻게 발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문법적 실수”를 저지르면서 문법을 배우고 익히는지, 문자 체계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각종 방언(dialect)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문법은 어떻게 자연적으로 생겨나는지, 어원학으로부터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한 내용을 적절한 깊이로 담고 있는 훌륭한 책이다. 추천!

유령에 홀린 세계사 (★★★✩✩)

“유령”을 집중적으로 다룬 교양서적으로, 동서양 모두의 유령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강령술, 강신술, 그리고 동양의 “혼령”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운데, 문체는 다소 딱딱한 편이다.

복수의 심리학 (★★★★✩)

종교와 사회는 복수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복수를 원하는 원초적인 욕구가 있다. 선임의 커피에 침을 뱉는 상상을 하고, 배신한 애인이 고통스럽게 지내기를 원하고, 범죄자에게 최대한 잔혹한 형벌이 내려지기를 원한다. 이 책은 심리학, 동물학, 그리고 역사학적 논거들을 바탕으로 복수가 일종의 동물적인 본성에 속한다는 사실과 함께 이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종교적, 그리고 법적 고찰들을 풍부하게 다룬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이라면 표지가 좀 촌스럽다는 점, 그리고 결론이 다소 약하다는 점인데, 그 점을 제외하고는 무척 훌륭한 책이다. 참고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도 복수 및 살인에 대해 상당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관심이 있는 분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로마 제국과 로마 성풍속사 1 (★★★✩✩)

로마 제국에서의 성 풍속사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다만 성 풍속사라고는 해도, 일종의 민속학/인류학에 가까운 책이다보니, 꼭 성적 측면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럭저럭 끝까지는 읽었는데, 흥미가 크게 동하지 않아서 2권부터는 하차했다.

차이에 관한 생각 (★★★★★)

젠더에 대한 논의는 지뢰밭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젠더는 이념과 정체성, 다양한 “주의”들이 결합해서 폭발하는 지점을 만들어 낸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가까운 두 근연종, 그 중에서도 침팬지와 보노보의 생태를 연구하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인간의 젠더가 과연 생물학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문화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와 보노보 두 종은 정반대의 생활 양식을 가진다. 침팬지는 이른바 “남성주의적”이고 “전투적”이다. 반면 보노보는 비교적 젠더의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활발한 성적 접촉을 하며, 모계적 사회에 가깝다. 극단에 가까운 두 종을 연구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점은, 인간이라는 종의 젠더를 연구할 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가장 큰 논의점은 성차(sexual difference)이다. 저자는 젠더(gender)와 성(sex)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또한 이는 타고난 것에 가깝다는 점을 근거로, 우리가 이 성차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극단적인 젠더리스를 추구하는 페미니즘의 한 시각, 즉 “당신들의 남자아이를 여자아이처럼 키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사회역사적으로 여성이 받아온 차별과 페미니즘 운동이 가져오는 “해방”에 대해서는 긍정하지만, 젠더생물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성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나의 이념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성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이 사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가장 큰 이유는 생물학은 주어진 것을 바탕으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생식”과 “섹스”에는 물론 인과관계가 있다. 즉 진화론은 생식을 위해서 쾌락이라는 보상이 생겨났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섹스의 기능으로 고착되는 것은 아니다. 보노보는 생식의 목적 이외에도 “사회적 친밀감”을 위해 수없이 섹스한다. 비슷한 다른 예로는 색채가 있다. 인간의 눈은 많은 색채를 구별할 수 있고, 그 가장 큰 원인은 나무열매가 익었나 익지 않았나에서 기원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제 색채 구별 능력은 단순히 나무 열매가 익었나를 구별하는 용도에서만 사용되지 않는고, 수없이 많은 다른 상황에서 사용된다. 사람의 다리는 걷기 위해 탄생했지만, 이것으로 우리는 축구와 같은 각종 구기 스포츠를 즐긴다. 이것이 바로 생물학에서 말하는 유연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젠더가 가지는 전통적인 성 역할, 예를 들어 여자는 집에서 요리하고 남자는 돈을 벌어온다는 관점 역시도 유연하게 바뀌어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젠더를 다루면서, “동성애자가 옳다 그르다”하는 이념을 바탕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생물학의 과학적 내용을 바탕으로 중립적인 시각에서 시작하는 것이, 인간의 젠더를 이해하고 발전하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인 책의 톤이 마음에 들었고, 북클럽 같은 곳에서 논의해보아도 좋은 책이다.

심리학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

이 책은 뇌가 하는 일 가운데에서도 기억과 망각을 핵심으로 다루는 뇌과학 교양 과학서이다. 수면중에 체계적인 망각과 장기 기억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고, 잊지 못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예를 다루면서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저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뇌질환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룬다.

도파민네이션 (★★★★✩)

현대 사회는 뉴스, 쇼핑, 게임, 인스타, 유튜브 등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수만가지 요소로 가득차 있다. 이 책은 인간이 중독에 빠지는 가장 큰 요인을 개개인의 약한 의지나 타락한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쾌락을 좌우하는 신경 물질 “도파민”이라고 주장하며, 그 도파민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중독을 일으키는지 각종 심리학적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짜임새있게 제시하고 있다. 각종 약물 중독 사연들로부터 시작하여, 삶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도파민의 효과,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가 만들어내는 중독 효과까지 흥미롭게 설명하는 책이다.

역사

날씨가 바꾼 세계의 역사 (★★★★✩)

날씨로 인해 역사가 바뀌어버린 세계사의 주요 현장을 다루는 책이다. 미국 독립 전쟁, 프랑스의 러시아 침공, 나치의 러시아 침공,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같은 현장들을 기상학 그리고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며 날씨라는 요인이 어떻게 세계사의 주요 현장들을 바꾸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역사는 무척 우연적 요소로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의 시대 (★★★✩✩)

우리나라의 서점의 역사를 다룬 일종의 역사책이다.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서점의 역사와 전문 서점 등에 대해서 다룬다. 다만 다소 사실관계에만 치중해서 그런지, 책의 메시지가 그다지 강하지 않악서 머리에 남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연필 (★★★★✩)

이 책에는 개인적으로 얽힌 역사가 있는 편이다. 20여년 전에 한 신문에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는데, 그 기사 중에 언급된 책 가운데 하나다. 그때 흥미가 동해서 사서 읽어보았고, 무척 자세한 책의 구성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연필”의 역사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든 책이다. 흑연의 역사부터, 연필 제조 방법, 그리고 <월든>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헨리 소로우가 미국의 연필 제조업체의 사장이었다는 사실까지 포함해 연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미시사를 다루는 교양 역사서인데, 이토록 한가지 주제에 밀접하게 파고든 책은 흔치 않다. 단점이라면 문체가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점이며, 분량이 조금 적었더라면 “저주받은 걸작”에 속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천!

책이 사는 세계 (★★★★✩)

책장, 즉 책꽂이에 대한 역사를 다룬다. 지금과 같은 선반 형태의 책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정과 바인딩의 역사도 꽤 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단점은 작가 특유의 만연체 때문에 쉽게 글이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미시사를 다룬 책으로 흥미롭게 읽을만하다.

경제

타잔 경제학 (★★★★★)

유명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의 수석 경제학자가 지은 디지털 경제학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오프닝 예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중위값(median)을 통해 “음반 전체가 좋은 곡”으로 채워져 있는지, 아니면 “음반의 한두곡만 인기가 있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곡들로 채워져 있는지를 파악해서 음반의 “진정한 인기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거나 <콘텐츠의 미래>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도 취향에 잘 맞을 것이다. 냅스터의 등장과 음반업계의 “비정상의 정상화” 사례, 그리고 기술 기업의 독점이 어떤 면에서 일반 독점과 다른지에 대한 고찰 등등 디지털 시대 경제학이 가지는 특성들을 알차게 한 권으로 꽉 압축해 놓았다는 점이 대단하다. 특히 기술 기업들의 독점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과거 독점 기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기존의 독점에 대한 접근 방식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은 숙고해 볼 만하다. 디지털 시대의 행동 경제학 동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경제철학의 전환 (★★★★✩)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케인지언 중심의 단기적 경제 처방에서 벗어나 슘페터식 “혁신”을 중심에 둔 경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가장 쟁점이 될 법한 사항은 역시 노동, 자본, 토지의 경직성을 벗어버리고, “수도권 규제”를 벗어나 탈규제하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논의가 주된 쟁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인 대원칙에는 동감하지만, 일자리가 지닌 비경직적 요소를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소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업 보험과 재교육은 당연히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정리 해고를 당한 사람이 다른 직업을 쉽게 찾을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자동차 공장 근무자처럼 노조가 있는 대부분의 직업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워낙 전문화된 분야여서 재교육으로 새로운 직업으로 옮겨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직업의 선택 여지가 넓은 직군, 예를 들어서 소프트웨어 직군은 대부분 노조가 없는데, 해고를 당하더라도 일자리를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의 몇몇 주장들에 대해서는 검증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경제학자 장하준을 모르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대중교양서를 집필하는 능력이 무척 훌륭한 학자인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각종 식재료와 경제학을 합한 이종격투기 같은 책이다. 경제학의 주요 주제들을 가볍게 이끌어나가는 점도 독특하고, 식재료에서 비유 및 상징을 가져와서 경제학의 화두를 끌어나가는 점도 흥미로웠다. 모든 결합면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읽을만한 교양 경제학 책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들은 경제학에 있어 다양한 관점들 — 전통적인 경제학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제학 — 을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앞으로의 경제학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미시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경제학이 혹시 학문이라는 탈을 쓴 유사과학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

행동 경제학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들을 경제학 및 심리학적 시각에서 다루는 책이다.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주제도 다룬다.

경영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 (★★★★★)

원제는 “Why startup fails”인데, 왜 스타트업 기업이 실패하나?를 진지하게 연구한 책이다. “불행한 가정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격언처럼, 스타트업의 실패는 무척 다양한 이유로 이루어진다. 컨트롤 불가능한 외부적인 환경 요인 (시장 변화)에 의한 실패도 있지만, 내부적인 요인들, 즉 창업자간의 불화, “현실 왜곡장”을 달고 다니는 카리스마 리더가 가진 리스크, 앤젤 투자자들의 펀딩으로 인한 지분 희석, 시장 파악의 실패, 의사회 파워 게임 등등 수없이 많은 요인들이 있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거나 스타트업 조인을 생각하고 있다면, 혹은 스타트업 기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추천!

독점의 기술 (★★★★✩)

독점이 꼭 나쁜 것일까? 가격을 통제하려는 의도의 독점 혹은 담합은 분명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다. 하지만 플랫폼을 장악하는데서 나오는 기술 기업들의 자연적인 독점, 혹은 “독점적 경쟁력”을 보다보면 정말 그런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책은 독점적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책으로, 특히 “상황적 독점”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다만 2024년 기준으로 20년 전의 책이어서, 델과 같은 기업들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 보면 시대가 지난 느낌이 강하다.

네이비씰 균형의 기술 (★★★★✩)

유명한 리더십 책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 (원제는 “Extreme Ownership”이다. 번역 제목이 원제의 느낌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의 후속작이다. 전작은 end-to-end ownership을 다루는 리더십 책이다. 반면 이 책은 extreme ownership에 대한 일종의 자기반성으로 시작한다. 즉 어떤 사람들이 extreme ownership을 극단적으로 (!) 모든 일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로 많이 오해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리더십 책과 같은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가 전장에서 배운 교훈을 일반 비지니스에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독특하고, 오너십이라는 리더십의 핵심 요소를 다룬다는 점에서 무척 가치있는 책이라고 본다. 추천!

도시공학

보이지 않는 도시 (★★★★★)

과거 한국에서 정차선을 지키면 양심 냉장고를 주는 프로그램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워낙 정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차들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잘못 설계된 도시 신호등 시스템을 개인의 도덕과 양심에게 전가하는 체계 자체가 더 문제임을 지적하며, 이를 “선진국은 있지만 선진시민은 없다”라는 말로 요약한다. 즉 시민의 도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실수를 아예 저지르지 못하도록 도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선진국의 역량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서양의 도시 설계와 한국의 도시 설계를 비교하며 집합적 공간, 발코니, 소외된 도시 건축,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주택 공급, 공간 주도권 등등 무척 흥미로운 도시 공학 주제들을 고찰한다. 도시공학 및 인문학에 관심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극장에 대하여 : About Theatre (★★★★✩)

“극장”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과거 로마시대의 극장부터, 현대의 오페라 하우스나 예술의 전당 같은 건물, 그리고 한국만의 독특한 대학로 소극장 클러스터까지 다루고 있다. 극장을 설계할 때 실제로 고려되는 요소들, 즉 상연되는 공연의 종류, 관객들의 종류와 수,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각종 극장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다소 전문적이고 건조한 책으로, 교양서라기에는 딱딱한 점이 단점이다.

건강한 건물 (★★★✩✩)

사람은 평균적으로 일생의 80% 이상을 집이나 회사 건물 안에서 지낸다. 그렇다보니 건물의 공기 퀄리티는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특별히 건물의 공기 퀄리티라는 점에 초점을 두어 실제로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전염병, HEPA 필터, 이산화탄소 농도와 공식적인 REED 인증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설명하고 있다. 건물과 건강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과학

빅뱅의 질문들 (★★★★✩)

빅뱅과 관련된 현대 우주론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교양 과학서이다. 관련 책을 많이 읽어와서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책의 구성과 필체가 너무 진중하지 않아서 대중 교양서로는 딱 적절한 레벨이었다.

열기구 조정사 (★★★★✩)

비행기가 발명되기 이전 짧은 시기동안 열기구가 과학적 용도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 책은 열기구 조정사 본인의 입장에서 저술한 책으로, 자그마치 1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역사 있는 교양 과학서여서 꽤 흥미롭게 읽었다. 열기구로 높은 고도를 올라갈 때 의외로 저산소증을 제외하고는 고산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는데,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빠른 높이를 올라가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존 프라임에서도 <에어로너츠>라는 영화로 열기구 조종사의 스토리를 영상화하기도 했으니 참고로 보면 좋다.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

에미 뇌터는 내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인물 가운데 하나여서 기대하고 읽었는데, 실망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문체이다.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인물에 대한 해설을 하려는 것인지, 인스타 감상문을 남기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으며, 지엽적인 사실들을 억지로 꾸며내는 점이 영 부자연스러웠다.

하리하라의 눈 이야기 (★★★★✩)

눈(eye)에 관련된 각종 과학적 상식들을 담은 책이다. 녹내장, 백내장, 수정체 등등 눈에 얽힌 여러가지 과학적 상식들을 알 수 있었다.

여섯 번째 대멸종 (★★★★✩)

기후 변화 및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의 위기에 처한 다양한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지만, 괜찮은 교양 과학서이다.

코끝의 언어 (★★★★✩)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냄새들, 예를 들어 바닐라 냄새나 비오는 날의 흙 냄새과 같은 냄새들에 대한 짤막한 토막글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깊이는 얇은 편이지만, 가볍게 냄새에 대한 교양 과학서를 읽고 싶다면 괜찮은 책이다.

미움받는 식물들 (★★★★★)

인간들에게 미움받는 대표적인 10가지 잡초를 전문적으로 다룬 과학 교양서이다. 일용 작물이나 관상화가 아니라, 잡초라는 특이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 독특했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은 사실 인간의 농경 노력 없이는 결코 진화하지 않았을 작물이라는 점이 무척 인상깊었다. 책엣서는 약 10종류의 대표적인 잡초들을 다루고 있으며, 여기에는 민들레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부터, 돼지풀이나 망초와 같이 길가에서 한두번씩 보았음직한 식물들도 다루고 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잡초는 사실 인간의 농경 노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이다. 라운드업이나 라운드업 레디와 같은 대표적인 유전자 변형 식물을 중심으로 한 제초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농부들이 대출금의 압박과 줄어든 이윤 탓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 아니라 제초제를 뿌리는 무간경법을 도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라는 점이 와닿았다. 그리고 잡초들이 이런 강한 진화 선택압으로 인한 무한 군비경쟁 속에서 미친듯한 생명력을 뿜으면서 자라나게 된 것이다. 무척 좋은 책으로, 꼭 농경에 관심이 없더라도 교양 과학서로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강력 추천!

탄소로운 식탁 (★★★★✩)

탄소 발자국 (carbon footprint)를 다루는 책이며, 무척 쉽게 쓰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자동차보다는 의외로 농업과 어업, 특히 양식 어업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많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바이러스 대습격 (★★★★✩)

코로나가 유행하기 한참 전인 2013년 경 나온 일종의 예언적 도서이다. 사스나 콜레라와 같은 판데믹 질병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어떤 보건 시스템이 필요하고, 어떤 시스템이 없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무서운 사실은 정말로 예언대로 코로나에 의해 보건 시스템이 상당 부분 무력화되었다는 점이다. 추천!

관계의 과학 (★★★★✩)

세상 만물을 물리학의 시선에서 다루는 책이다. 물리학이란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중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학도 의외로 물리학의 적용 대상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책에서는 사회물리학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다만 < 세상 만물의 물리학 > 같은 책들을 읽어봤다면 다소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은밀하고 거대한 감각의 세계 (★★★★★)

동물의 감각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교양서이다. 시각, 청각, 촉각, 시각, 미각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는 없는 전기 감각, 지자기 감각까지 다룬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들이 어떻게 창의적으로 지각을 활용하는지를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책이다.

마법에서 과학으로: 자석과 스핀트로닉스 (★★★★★)

이 책은 “자성”에 초점을 맞춘 교양 과학서이다. 교양과학서가 이론에만 치중하여 흥미로운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다양한 응용 분야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등)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성과 스핀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교양과학서는 본 적이 없는데, 그런 면에서 독특했다. 추천!

생명설계도, 게놈 (★★★★✩)

유전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으로, 23개의 유전자에 맞추어서 23개의 토픽으로 챕터를 구성한 점이 위트있었다. 유전학의 흥미로운 주제들, 성적 대립성, 헌팅턴 병, 우생학, 광우병, 암, 결정론 등등을 짜임새있게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p53 챕터에서, 방사능 요법이나 화학 요법 등의 대부분의 암 치료 방법이 결국은 딱 하나, 즉 암세포의 자가 소멸을 촉진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자유 의지가 존재할것인가 하는 결정론과 같은 철학적 주제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추천!

수학이 사랑한 음악 (★★★★✩)

수학이 음악에 끼친 영향은 큰 편이다. 이 책은 피타고라스의 순정률부터 시작해서 평균률, 배음, 자동 음악과 같이 많은 수학자들이 음악에 남긴 발자취들을 살펴본다. 인간의 귀가 미세한 튠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순정률이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점과, 책의 마지막에서 인공지능 음악을 다루면서 19세기에 이미 자동 음악의 개념이 나왔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90일 밤의 우주 (★★★✩✩)

우주에 관련된 단편적인 지식들을 모아둔 가벼운 교양 과학서이다. 깊이가 다소 얕은 편이다.

도시를 바꾸는 새 (★★★★✩)

현대의 도시는 새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철새들이 밤의 불빛에 혼란스러워하고, 고층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서 목숨을 잃는다. 이 책은 새들에게 안전한 도시와 건물을 설계하기 위한 고민과 연구를 담은 책으로, 생태학 및 환경 보호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

생물학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헬라(HeLa) 세포가 있다. 일명 “죽지 않는 불멸의 세포”로 알려져 있고, 영양만 공급하면 무한히 증식하는 특성으로 백신 개발, 복제 세포, 암 연구 등 수많은 연구에서 활용되는 세포다. 이 책은 이 세포의 원래 주인으로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를 다룬다. 연구 윤리가 제대로 정립되기 이전이라, 본인 동의 없이 채취된 암세포였고, 본인 사망 이후 유족들도 모른 채 전 세계에서 연구 및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형편이며, 심지어는 헬라 세포로 특허료를 받으며 사업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 책은 헨리에타 랙스의 딸과 주변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헨리에타 본인의 삶을 재구성하고, 헬라 세포주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 개인 정보 보호, 과학 및 인류에 대한 유익, 특허 등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북클럽 등에서 다루어도 좋을만한 책이라고 본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

이 책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30종의 식물과 동물을 통해 얻은 과학적, 기술적 성과를 담은 책이다. 물총새의 부리에서 영감을 얻은 신칸센 헤드 디자인, 흰개미 둔덕에서 영감을 얻은 저렴한 건물 냉난방 시스템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추천!

지도와 거짓말: 3판 (★★★★✩)

지도학을 다루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도가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개발 등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지도가 왜곡될 수 있다. 책은 이러한 지도 왜곡을 다른다. 다만, 구글 지도 같은 인터넷 지도를 다루는 깊이가 다소 얕다는 점이 아쉬웠다.

기생생물 이야기 (★★★★✩)

기생생물들의 한살이는 무척 정교하다. 이 책은 연가시와 같은 대표적인 기생 생물들을 설명하는 책인데, 가볍게 읽을 교양과학 서적으로 만족스러웠고, 특히 어떤 단백질들이 작용해서 기생된 동물들의 행동을 유도하는지도 설명되어 있는 점들이 좋았다. 추천!

벌레가 지키는 세계 (★★★★✩)

인류에게 곤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곤충이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설명하는 생태학 교양과학서이다. 특히 꿀벌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이러한 곤충들이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무척 큰 경제적 이득을 가져온다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흐르는 것들의 과학 (★★★★✩)

저자의 전작 < Stuff matters! >를 읽었더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유체역학을 좋은 필력으로 설명한다. 추천!

기술

차세대 빅데이터 플랫폼 Data Lake (★★★✩✩)

제목 그대로 데이터 레이크에 대해 소개하는 책인데, 아쉽게도 크게 영양가는 없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왜”에 대한 질문이 없다. 즉 데이터 레이크가 무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는지에 대한 깊이가 없는 것이 가장 크다. 컨설팅이라면 그 질문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나? 즉 왜 데이터 중심의 기업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없이는, 왜 데이터 레이크가 중요한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지점이 빠져있다.

개발자를 넘어 기술 리더로 가는 길 (★★★★✩)

스태프 엔지니어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여러가지 주제들을 다양하게 다루는데, 깊이가 다소 부족한 편이다. 기억에 남을만한 일화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실무로 배우는 시스템 성능 최적화 (★★★✩✩)

로우레벨 시스템 최적화에 포커스를 둔 책이다. 시스템의 설계보다는 DB 튜닝을 좀 더 메인으로 다루는 책인데,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쳐와 같이 비즈니스 로직이 SQL 쿼리에 있지 않는 경우에는 사실 디자인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DB 튜닝에 대해 알고 싶다면 괜찮은 책이다.

문학

SF의 힘 (★★★★✩)

현역 SF 작가가 직접 쓴 SF 비평서에 가깝다. 인공지능, 테크놀로지, 시간 여행, 디스토피아, 사랑 등등 SF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주제들과 방대한 레퍼런스들을 함께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의 SF 덕력이 무척 높음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 (★★★★✩)

웹툰 혹은 웹소설 작가를 희망하고 있다면 도움이 될 책이다. 쪽집게 강사처럼 스토리의 작법에 대한 팁을 쉽게 짚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종교

전기 나사렛 예수의 삶과 도덕 (★★★✩✩)

일명 “제퍼슨 바이블”이라고도 불리는 책으로,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이 성경에서 예수의 어록만 모아놓은, 일종의 간추린 성경책이라고 보면 된다. 비기독교인이 번역을 해놓은 점이 독특했다. 다만 컨텍스트를 없앤채 본인의 시각에 맞게 취합한 것이 과연 성경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와 종말론 (★★★★✩)

자연 신학과 예수, 그리고 종말론을 다루는 책이다. 신학은 서양 철학의 배경지식을 많이 요구하는데, 특별히 이 책이 더 그러하다. 하이데거나 헤겔과 같은 철학 사상들이 아무런 배경 맥락 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자들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신학자들을 위한 책에 더 가깝다. 그러한 컨텍스트가 있다면 자연신학을 탐구하는 느낌에서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않다면 이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예술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

소더비가 경매한 주요 고서와 그 역사적 의미, 경매 낙찰자 등을 설명하는 책이다. 그냥 미술품 경매 회사인 줄 알았는데, 고서적의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경매된 <마그나카르타>나 <미국 헌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무척 흥미로웠다. 추천!

에세이

공무원이었습니다만 (★★★★✩)

8급 – 9급 동사무소 공무원의 삶을 그린 에세이북이다. 동사무소에 방문한 사람들 중 정말 진상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추천!

소비단식 일기 (★★★✩✩)

전형적인 브런치 일기처럼 가볍게 읽히는 책이다. 신용카드 빚을 줄이고 지출을 줄여서 통장 잔고를 흑자로 전환한 이야기이다. 나는 물욕이 없다보니 주제의식에 크게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다.

<월간퇴사> _ 퇴사러의 탄생 (★★★✩✩)

각종 퇴사 사연들을 모은 이른바 퇴사 전문 잡지다. 퇴사할 때 회사에 의리를 챙길 필요가 없다는 말이 가장 맞는 말인 듯하다. 결국 회사가 너를 챙겨주지는 않는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 (★★★✩✩)

교통사고, 그리고 이른바 직장 내의 “고통사고”를 다루는 일종의 에세이북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영양가는 없었던 것 같다.

취미

돈 되는 독서모임 만들기 (★★★✩✩)

독서모임 만들기에 대한 간략한 팁들을 모은 안내서이다. 다만 블로그에 어울릴 법한 내용이고, 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인공지능 바둑 수법을 배워보자. 바둑이 두세점은 강해진다 (★★★✩✩)

인공지능 바둑 대국 가운데 몇몇을 골라서 분석한 책.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는데 (묻지마 3.3이라든가), 대국 전체를 분석한 것을 본 적은 별로 없다보니 새로운 측면이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대국 자체를 분석하려다보니 쓸모없는 내용들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을 요약해서 핵심만 짚어주는게 좋았을 것 같다.

하와이 한 달 살기 (★★★✩✩)

하와이 여행서라고 볼 수 있는데, 글의 내용은 많은 반면 크게 중요한 내용들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번아웃 (★★★✩✩)

사실 육아 번아웃에 대한 해결책을 크게 기대하고 읽었던 것은 아닌데, 역시나 뭔가 큰 해결책은 없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완벽한 부모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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